◎“경제난 허리졸라매자는 판에…”/10일간 유럽나들이에 공식일정 단 1건/고급양주·모피 등 3만불상당 구입 소문/김 의장,관련의원 질책 국민에 해명 지시/7,8월동안 의원 2백여명 해외 다녀와일부 국회의원들이 해외여행도중 호화쇼핑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추태외유 실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4일 여야3당의 최대관심사는 하한정국에 해외를 방문한 의원들의 쇼핑실태와 이에 대한 검찰수사 여부였다. 여야는 모두 최근 경제위기로 과소비를 추방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의원들의 과잉쇼핑은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파문의 직접적 도화선은 3당부총무들로 구성된 「국회운영위방문단」의 추태였다. 박주천 의원(신한국)을 단장으로 김학원(신한국) 국창근(국민회의) 이원범 의원(자민련)이 참여했으며 국회사무처직원 1명도 동행했다. 국회의 공식지원을 받은 이 방문단의 출국목적은 「의회지도자 방문 및 선진의회 시찰」 등이었다. 이들은 지난 달 8일 서울을 떠나 독일, 노르웨이, 핀란드, 러시아를 거쳐 열흘 뒤 귀국했으나 그동안 공식적으로 가진 일정은 러시아 하원의장을 만난게 전부였다고 한다.
쇼핑파문은 지난 12일 박의원에 의해 처음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의원은 이날 낮 사석에서 기자들을 만나 『해외여행도중 한 의원이 면세점 가격으로 1백만원에 이르는 세계최고급 양주 「루이 13세」2병을 비롯, 러시아 인형 1백만원어치, 1백50만원짜리 코트 등 줄잡아 3만달러(2천4백여만원)어치의 물건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날 밤 이의원은 기자의 질문에 『나는 고가의 물건을 구입한 적이 없다』며 『그러나 다른 의원이 「루이13세」를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대답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재력이 풍부한 국의원이 혐의자로 지목됐다. 국의원은 그러나 『발렌타인 30년짜리 양주 1병과 러시아 목각인형 7∼8개를 샀을 뿐』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들은 귀국직전 모스크바 공항에서도 항공기 연착을 둘러싸고 외국인들앞에서 고함을 치며 설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수한국회의장은 14일 상오 박주천 김학원 국창근 의원 등을 의장실로 불러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질책하고 『국민에게 해명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박의원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호화쇼핑의 사실 여부를 떠나 동료의원, 국민 여러분께 누를 끼친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 4명 의원은 호화쇼핑을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그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의원도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쇼핑할 시간도 없었다』며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또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이날 국의원 파문의 경위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은 『거액쇼핑은 있어서는 안된다』면서도 검찰의 호화쇼핑 수사방침에 대해 『이명박 의원사건을 희석시키려는 움직임 아니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신한국당과 자민련측은 『전국민적으로 과소비가 문제되는 시점에 의원들은 더욱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은 『의원들의 호화쇼핑이 사실이라면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중진의원이 국회경비로 외국을 다녀오면서 1천만원대의 모피를 사들고 왔다는 소문이 정가에 퍼졌으나 그의 측근은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일부 초·재선의원들이 해외여행기간 부인과 지구당 당직자들을 위해 거액의 물건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외국방문시 5천달러의 현금을 소지할 수 있지만 신용카드등을 이용, 1만달러 이상의 쇼핑을 하는 의원들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과소비 의원들은 부인선물용으로 최고급 코트, 핸드백 등을, 지구당 당직자들을 위해 수십∼수백개의 넥타이, 립스틱등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7, 8월동안 해외를 다녀온 의원은 전체 2백99명중 김수한국회의장, 3당 총무 등 모두 2백여명에 이른다. 정당별로는 신한국당 1백30여명, 국민회의 27명, 자민련 37명등이다.<김광덕 기자>김광덕>
◎관련 여야 의원들 해명/“호화쇼핑 사실과 달라” 부인/열심히 보고 배우느라 물건살 여유 없었다/술 샀다는 말이 양주 「루이13세」로 와전된듯/항공편 연기로 언성 높였지만 싸우진 않아
해외 호화쇼핑으로 물의를 일으킨 여야 의원들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화쇼핑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으나 『사실 여부를 떠나 언론에 보도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회견에는 박주천 의원(신한국)과 국창근 의원(국민회의)이 참석했으며 김학원 의원(신한국)과 이원범 의원(자민련)은 개인사정으로 빠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의 요지.
―여행 일정은.
(박의원) 『8일 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박한뒤 노르웨이와 러시아에서 대사관 및 기업관계자, 교민들을 만났다. 노르웨이에서는 의원들이 휴가여서 접촉지 못했고 모스크바에서 의회운영위원장과 2시간동안 환담을 나누었다』
―호화쇼핑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의원) 『전혀 무관하다. 언론에 이름이 보도됐는데 출처와 보도경위를 파악할 생각이다. 초선의원이어서 선배들 따라다니며 열심히 배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빡빡해 쇼핑할 시간이 없었다』
―최고급 양주 「루이 13세」와 모피를 샀는가. 또 검찰수사에 응할 것인지.
(국의원) 『루이 13세는 옛날 프랑스왕이 아닌가. 공항내에서 20∼30분동안 선물용 넥타이 몇개를 샀다. 세관에 신고할만큼 물건을 사지 않았다. 요새 검찰이 시간이 없다는데. 문제가 안돼 생각해 보지 않았다』
―발설 경위는 무엇이며 공항에서 서로 다투기도 했다는데.
(박의원) 『어떤 사람이 식사과정에서 떠돌아 다니는 얘기라며 물어 「일부 맞는 것도 있으나 사실과 틀리는 것이 많다」고 말한 적이 있다. 술 한병 샀다고 (인정)했는데 루이 13세로 와전된 것 같다. 모스크바공항에서 항공편이 연기돼 대한항공측이 호텔로 안내했다. 엘리베이터안에서 모 의원이 「KAL직원 한명을 불러 오라」고 말해 「다른 승객의 숙소배정 때문에 바쁠텐데 그러지 말라」고 만류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좀 높아졌다. 다툰적은 없다』
한편 국의원은 기자회견후 국민회의 당사에서 『김수한 국회의장이 사실대로 밝힐 것을 요구해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주는 발렌타인 30년산 1병과 시바스리갈 1병 등 2병을 샀다』고 기자회견 내용 일부를 번복하기도 했다.<권혁범 기자>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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