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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거라」(고전여행: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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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거라」(고전여행:71)

입력
1996.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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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전장에서 피어난 사랑도/결실 못맺고 죽음과 허무로 끝나/1차전후 「잃어버린 세대」 반영록 허드슨과 제니퍼 존스가 주연한 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년)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잃어버린 세대」의 관점을 가장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

「잃어버린 세대」는 1차대전으로 모든 이상과 희망을 상실한, 환멸과 절망의 신세대들이다. 이들은 어떤 일에도 냉소적이고 운명에 대해 비극적 관점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헤밍웨이 자신이 「잃어버린 세대」였다. 그는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기자가 돼 1차대전이 한창이던 이탈리아 전선으로 향한다. 전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그는 상처를 입고 밀라노 병원에 입원한다. 이곳에서 그는 한 영국인 간호사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그의 사랑은 상대의 거절로 좌절된다. 「무기여 잘 있거라」가 전쟁, 아니 미래에 걸었던 꿈이 깨지는 얘기요, 사랑에 걸었던 모든 것이 죽음과 허무로 끝나버리는 얘기인 것은 바로 이같은 헤밍웨이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프레드릭 헨리는 전쟁에 대해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것이라 생각하고 이탈리아군에 지원, 입대하여 수송장교로 근무한다. 전쟁에 권태와 환멸을 느끼던 그는 마침 현지에서 알게된 야전병원 간호사 캐서린 버클리와 사랑에 빠진다.

어느날 그는 작전에 나갔다가 부상, 병원으로 이송돼 캐서린의 각별한 간호를 받는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전쟁의 분위기는 이들의 사랑을 더 애틋하게 한다.

그가 완치되자 임신한 캐서린과의 이별은 불가피했다. 그는 전선에서 전군이 후퇴하는 난장판에 끼게 된다. 혼란통에 부대를 찾지 못한 다른 장교들과 함께 헌병대에서 총살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는 강물로 뛰어들어 탈출한다. 위기를 모면한 그는 젖은 군복을 벗어던진 뒤 캐서린이 있는 밀라노로 향한다.

도망병 신세가 된 그는 캐서린과 비 오는 밤 조각배로 국경 부근 호수를 건너 중립국 스위스로 간다. 그들은 산중에서 자신들만의 평화를 즐긴다. 그러나 행복의 순간도 잠깐만에 끝나고 캐서린은 해산도중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그가 혼자 빗속을 걸어나오는 것이 이 소설의 대단원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이같이 「잃어버린 세대」의 정서를 적절히 반영, 발표와 동시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이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노인과 바다」 같은 위대한 작품을 계속 내놓는다.

한편 형식적 측면에서는 「하드 보일드」라는 이 소설의 문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수식구와 형용사를 배제한, 리듬있고 스피디한 문장을 평론가들은 「헤밍웨이 문체」라고 명명해줬다.<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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