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여의도개발공사 착공당시 3공화국 정부는 여기에 「민족의 광장」을 만든다고 했다. 71년 9월29일 11만4,000평의 여의도광장이 완공되었을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광장을 자신이 일으킨 혁명을 기념해 「5·16광장」이라고 명명했고 그해 10월1일 국군의날 군사퍼레이드를 광장의 첫행사로 치렀다.광장의 효시인 그리스의 「아고라」는 시장, 체육대회 등 각종행사장, 시정의 토론장이었다. 19세기이후 봉건주의타도, 전체주의 및 공산주의 혁명의 분출지가 되면서 광장의 기능은 변질·왜곡되기도 했다. 중국의 천안문광장, 러시아의 붉은 광장,평양의 김일성광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에비해 유럽쪽의 광장들은 대개 좁은 공간에 숲과 분수대 벤치등이 어우러진 오밀조밀한 구조로 지금도 「아고라」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5·16광장이 여의도광장으로 바뀐것은 10·26이후. 지금도 국군의날 군사퍼레이드가 이곳에서 벌어지고 대선때 「백만인파」 운운하는 동원군중에 밟히기도 했지만 부활절예배며 석탄일행사도 치러지는 장소다.
요즘의 여의도광장은 정치성 행사장으로 보다는 어린이들의 자전거놀이터나 롤러스케이트장 조깅장외에 크고작은 시민행사의 장으로 기능하고있다. 군사문화의 공간에서 시민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서울시가 여의도광장의 아스팔트를 걷어내 나무를 심고 인공호수를 파고 잔디를 깔아 그늘과 쉼터가 있는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녹지공간의 확대도 필요하지만 이미 시민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여의도공원을 지금처럼 탁 트인 빈 공간으로 놔두면 어떨까. 공원화사업에 들어가는 300억원으로 새 공원을 조성하고 기존녹지를 보완하는데 쓰는 편이 나은게 아닐까. 아니면 30년전 여의도개발 주역들이 설계했듯이 광장주변에 박물관이나 미술관같은 문화공간을 만드는데 쓰면 어떨까.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초과밀도시에 보기만해도 시원한 개방공간 한군데쯤은 있어야하는게 아닌가. 과연 지금의 행정능력으로 이만한 개방공간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가. 서울시는 여의도 공원화에 앞서 이같은 의문에 답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중국작가 유아주의 소설 「천안문광장」 첫머리에 이런 묘사가 있다. 「이곳은 너무나 컸다. 한도시의 중앙에 이만한 면적의 광장을 만들려면 그만큼의 땅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그정도의 넓은 가슴이 있어야하는 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