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서울시의회」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하는 속담이 바로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지난 9일 하오 4시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렸을 때는 재적의원의 85%나 되는 1백23명이 참석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의원들은 무슨 일로 그리 바빴던지 회의가 시작돼 의안이 처리되고 있는 동안에 하나 둘씩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1시간 가량 지났을 때는 의결정족수에 훨씬 못미치는 30∼40명만 자리를 지켰다. 더 놀라운 것은 의원정족수가 되든 말든 상관없이 안건을 상정, 본회의를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27건의 안건중 20건 이상이 의결정족수도 안된 상태에서 마구 의결방망이를 두들겨 댄 형상이 됐다는 것이다. 회의장을 빠져나간 시의원들이나 정족수도 아랑곳없이 의결방망이를 두드린 의장이나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은 수준이냐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렇게 통과한 안건중에는 「혼잡통행료 징수 조례안」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남산 1·3호 터널에서 오는 11월부터 시행할 혼잡통행료 징수조례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금전적 부담을 지우고, 통행의 자유를 일부나마 제한하는 것이어서 더 없이 중대한 안건이다. 그러한 안건처리를 의결정족수도 안되는 회의에서 「가결통과」시킨 시의회나 시의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인가. ◆회의장을 빠져나간 의원중 5∼6명은 동료의원 모친 생일을 핑계삼아 보신탕파티를 했다고 한다. 너무나 어이가 없다. 이러니 「유급보좌관을 두게 해달라」는 시의원들의 애타는 숙원을 시민들이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시의원들은 왜 시의회가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거창한 것은 놔두고라도 먼저 처신을 바로하는 수신부터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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