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도 법으로 처벌해야”/흉기 사용 등 폭행 갈수록 흉포화 불구/피해여성 절반 “갈곳 없어 다시 귀가”/재활대책·가해자 격리 등 제도화 필요가정폭력은 신체(47.3%)와 물건, 흉기(34%)를 쓸만큼 흉폭해지는데도 피해자 대부분이 끝까지 참거나(41.3%) 무조건 피하는데(25.0%) 그쳐 법을 통한 해결이 시급하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11일 하오 2시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상담소 6층 강당에서 연 「가정폭력, 그 실상과 대책」이라는 심포지엄에서 드러났다.
이 심포지엄에서 양정자 안정희 가정법률상담소 부소장은 상담소 본부와 지부가 있는 전국 25개 지역에 찾아온 내담자 3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끝까지 참는다는 피해자들은 대들면 심해지므로 무서워서(29.2%) 아니면 자녀들 때문에(19.7%) 주로 참고 있으며 무조건 피하는 사람들은 44.6%가 집주위를 배회하고 42.2%가 몇시간 정도만 피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51.8%가 별다른 대책이 없어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3.5%는 도리어 피해자가 잘못을 빌고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장기적인 재활대책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22%에 불과했는데 이들도 경찰이 출동했다가 그냥 돌아가거나(37.0%) 형식적으로 권고하고 돌아갔으며(19.2%) 가정일이라고 아예 출동조차 않아(16.4%) 법의 도움은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경찰의 태도에 따라 45.2%는 폭력이 잠시 잠잠한 것으로 나타나 내담자의 78%가 가정폭력방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2%도 가정폭력방지법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가해자는 57.8%가 고졸이상 대학원 졸업이고 무학에서 고중퇴는 39.5%로 나타나 학력과는 무관했다. 또 68.7%가 말을 잘듣지 않고 잘난척 하거나 시집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둘러 가부장적 사고가 가정폭력의 주원인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실상을 두고 주제강연자로 참석한 서울대 법학과 한인섭 교수와 한양대 사회학과 심영희 교수는 『가정폭력도 폭행이므로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가정폭력방지법은 처벌규정을 분명히해서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제강연자로 나선 김병후 연희신경정신과의원 원장과 토론자로 나선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는 『가해자가 정상인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여 예방과 격리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가정폭력을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에는 모두 동의했다.
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부소장은 『모든 가정문제는 폭력과 연계되어 있어 이같은 심포지엄을 마련했다』며 『여성들이 자활능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서 가정폭력법 제정과 더불어 피난처설립 및 여성직업훈련, 어린이 보호같은 지원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서화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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