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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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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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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 모두 일부의 잘못이 전체를 욕되게 할 때 쓴다. 지금 국내여행사들이 몇몇 꼴뚜기와 미꾸라지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유럽국가의 여러 호텔들이 앞으로는 한국인 여행객을 받지 않겠다며 정중히 「사절」을 통고해 왔다. 식당에서 함부로 양말을 벗거나 큰소리로 떠들기 일쑤고, 이쑤시개를 아무데나 버리는가 하면, 객실에서 밤늦도록 고스톱을 쳐 시끄럽게하고 트림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다는 구체적인 무례를 이유로 들었다. ◆여행사의 곤욕은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젊은층의 배낭여행에서도 추태가 많다는 것이다. 로마 스위스로부터의 청구서는 더욱 우리의 얼굴을 뜨겁게 한다. 밤늦게 술을 마신 뒤 기물을 부숴 수리비를 청구해 왔는가 하면, 욕실의 수건, 헤어드라이어까지 가져가 부득이 값을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해외여행이 주로 동남아에 집중됐던 80년대초 태국, 필리핀, 홍콩에서도 비슷한 항의가 빗발쳤다. 특히 음식을 주문한 후 재촉과 욕설이 많아 종업원들이 붙어 있지를 않는다는 호소였다. 하는 수 없이 현지 공관이 주축이 되어 여행사, 여행객을 상대로 한 현지 오리엔테이션이 유행했었다. 지금도 한국음식점에는 「차례를 기다리세요」라고 쓴 팻말이 테이블마다 놓이게 된 연유다. ◆우리 여행객 발길이 유럽쪽으로 향하면서 그 곳 언론의 질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엔 화장품(파리), 바바리코트(런던), 보석(암스테르담) 쇼핑열이 대단하고 기내 에티켓도 형편없는 한국인이라 꼬집은 적도 있다. 올 여름에만 1조2천억원을 해외여행에 썼다. 겨우 끝났다 싶으니 추석 4연휴가 또 기다리고 있다.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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