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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우롱한 특조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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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우롱한 특조위(사설)

입력
1996.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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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눈과 입과 귀가 되고 또 대변해야 할 정치권이 표정 한번 바꾸지 않고 국민을 우롱했다. 소위 4·11총선의 부정을 파헤치겠다며 출범시켰던 국회총선 공정성시비 특별조사위원회가 단 한가지의 성과나 합의도 이루지 못한채 한달간 여야의 지루한 설전끝에 막을 내린 것은 그야말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국민에게 사과는커녕 아무런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끝낸 무책임한 작태다.당초 15대 파행개원 국회의 땜질식 수습을 위해 여야 흥정으로 구성한 선거 특조위는 모순과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즉 야당이 검찰의 선거부정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국회의 독자적 조사를 주장하자 여당이 수용한 것은 양측 모두 선거부정의 진실한 규명보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겠다는 정략이 담긴 것이다. 또 「국정감사·조사에 관한법」에 수사 및 재판에 계류중인 사항은 감사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합의한 것은 야의 전과올리기와 여의 달리기 속셈 때문이었다. 더구나 국회에서 채택된 조사계획서는 조사대상과 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한 것도 잘못이다. 여야가 제기하는 불정운동 자료가 있는 선거구로 하되 축소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특조위가 시작되자 야당은 조사대상을 이미 검찰에 고발한 10개구로 하자고 한 반면 여당은 각각 20개구씩 선정하자며 물타기 작전으로 맞섰고 상당수 여야의원들이 「일단 대상에 오르면 정치 생명에 지장이 있다」고 크게 반발하여 특조위는 암초에 부딪쳤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금품살포·흑색선전 등 5∼6개 부정유형으로 나누어 조사활동을 벌이기로 했으나 이에 관한 관련선거구를 지목하지 못한 채 여야가 입씨름과 책임전가 공방으로 한달을 허비한 것이다.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하는 국회의 국정조사는 행정부를 견제·감독하는 핵심적 장치로서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상례화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토록 훌륭한 제도를 야당이 정치공세의 장으로 악용한다는 여당의 우려로 거의 사장시켜 왔었다. 따라서 이번에 모처럼 발동·구성된 특조위가 완전히 무위로 끝난 것은 비생산적 정치의 극치로서 지도자들이 호언한 큰 정치 새정치가 얼마나 허구이며 말잔치에 불과한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총선공정성시비 특조위는 1개월동안 단 1건의 선거부정도 캐내지 못했다. 이는 제헌국회 이래 지금까지 2백여차례 실시됐던 특조위활동중 가장 무능하고 무실불실한 특조위로 기록될 것이다. 국리민복과 정치발전을 제쳐놓은채 당리당략이 첨예하게 맞선 결과다.

이번 껍데기 특조위사태를 그대로 넘길 수는 없다. 여야는 고작 이 정도 수준의 정치밖에 못한 점을 국민에게 깊이 사과한 뒤 왜 이렇게 됐는가 하는 해명서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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