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위한 기도」「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삶의 주변 서성이는 처절한 죽음의 이미지 담아죽음, 또는 그 언저리를 이야기하는 시집 두 권이 출간돼 화제를 낳고 있다.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남진우씨의 두번째 시집 「죽은 자를 위한 기도」(문학과 지성사간)와 윤의섭씨의 첫 시집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에는 죽음의 기괴한 풍경이 가득하다.
그들의 시는 섬뜩함, 어두움, 강렬함의 이미지를 앞세워 종말의 예언서를 읽는 듯한 충격을 준다.
「물고기는 제 몸 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 위에 버려질 때/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가시」 전문)
남씨의 시에는 그로테스크함과 나르시즘의 이미지가 혼재한다. 「가시」나 「우리시대의 표류물」이나 「그때 그곳에서」등의 시들은 자학의 냄새를 풍기며 자신을 가차없이 해체하고 있다. 그 작업은 광기어린 자기성찰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그 속에서도 「불멸」처럼 웅혼한 자태를 지니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성찰은 어떠한 객관적인 지표를 갖기보다 오로지 반성의 힘이나 그 처절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 처절함은 선연한 인상을 남기는 시어로 상승되고 있다. 장미나 피, 구더기나 지렁이등의 이미지들은 「공포영화와 함께 이 밤을」 「양철북」 「흡혈귀」등의 제목에서 암시되듯 상당 부분 영상문화에 빚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말괄량이…」에서 생의 끝이 아니라, 삶과 함께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을 죽음의 모습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해마다 한 명씩 익사한 저수지와 그 물로 농사지은 쌀을 먹고 사는 사람들, 배달원이 죽어서 며칠 배달되지 못한 우유통 등 일상과 관계 맺고 있는 죽음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시의 마력은 죽음의 모습을 일상 그대로 묘사하는 천연덕스러움이나 그로테스크한 환상에 힘입어 효력을 발휘한다. 부도덕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담긴 몇 편의 시를 제외하면 그의 시는 대부분 삶과 죽음의 관계맺기로 요약할 수 있다. 시인은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또는 일상과 함께 살고 있는 죽음의 확장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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