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진전 면밀히 주시 심층·속보 뒤따라야「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 말이 있다. 쉬 변하는 여자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여자의 마음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마음이 다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오감을 보자. 쉽게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한번 느낀 감각에 무감각해지거나 처음 느낄 때와 두번째 느낄 때의 감정이 서로 다른 경우가 흔하다.
뉴스가치에 있어서 시의성이 중요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신문에서 다뤘거나 취급한 주제는 다른 신문에서 다루기를 꺼려하고 한 번 크게 보도한 내용은 다음에 다시 기사화하기가 어렵게 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일수록 처음 제기될 때에는 크게 보도되고 그 진행과정이나 결론은 아예 기사화하지 않거나 아주 작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뉴스보도의 이러한 속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때로는 정치권에서 이러한 점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된다.
때문에 독자들이 언론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다. 정치적으로 미묘한 사안에 대해 결정권자는 먼저 「애드벌룬」을 띄운 다음 언론에서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반대여론이 거세면 결정을 일단 유보한 다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한번 이를 이슈화하여 관철시키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두번째 경우에는 시의성이 떨어져 처음 만큼 다루기가 힘들고 따라서 반대여론을 힘차게 모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9월 6일자 한국일보 2면에 「출국세 결론못내려」란 제목으로 출국세 부과에 대해 당정간의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간단하게 보도했다. 반면에 8월 2일자 신문에는 한국일보포럼 섹션에서 1개면을 모두 할애, 찬성과 반대입장의 글을 싣고 출국세 징세 시도가 93년부터 있어 왔지만 언론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출국세를 징세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다른 세원을 찾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국민의 부담과 직결되는 세금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출국세문제에 대해 포럼형식을 빌려 찬성과 반대의견을 싣고 역사적 설명과 외국의 예까지 곁들인 기획은 매우 친절하고 참신한 보도였다.
물론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9월6일자에는 간단하게 보도한 것이겠지만 다시 한번 문제의 심각성을 여론화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8월31일자 2면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보도됐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비 실사결과에 따라 선거법위반으로 20명의 현직의원 또는 회계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법정선거비 초과사용으로 기소할 수 있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밝혔고, 선관위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일자 사설에서 「실사자료 공개해야」라는 제목으로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독자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든 사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결국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애드벌룬」을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론이 잠잠해지고 나면 다시 한번 검찰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들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국민정서상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법정선거비 초과사용 의원이 20명뿐이라는 사실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나마 기소되는 의원의 숫자가 축소된다면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 또한 깊어질 것이다.
한국일보가 8월 한달간 이에 관해 19차례에 걸쳐 끈기있게 보도했다는 사실은 칭찬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사태의 진전을 면밀히 주시, 아무리 시의성이 떨어지더라도 계속적으로 보도, 여론을 모아가는 태도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이 경우에는 시의성보다도 중요성 또는 영향성이 보다 큰 뉴스가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들을 끈질기게 다루어서 이를 관철시켜내는 모습을 독자들은 바라고 있다.<장익진 부산대 교수·미 플로리다주립대 신문학 박사>장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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