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임금 해법/개방시대 첫 시련 극복현장(불황을 이긴다:1)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임금 해법/개방시대 첫 시련 극복현장(불황을 이긴다:1)

입력
1996.09.09 00:00
0 0

◎“인건비 줄이자” 감원 바람/임금총액동결·연봉제 대변혁/명예퇴직 평사원 수준까지 확대/연공서열체계 탈피 능력급 도입/정리해고·근로자파견제 논란도재계가 임금동결 감원 등 그동안 터부시돼온 마지막 수단을 총동원해 탈불황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문을 연 이후 처음 맞는 이번 불황은 「임금의 성역」마저 무너뜨릴 정도로 재계에 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재계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대량해고까지 초래할 수 있는 임금총액동결이란 극한 처방을 택한 것도 이번 불황이 기업의 부심을 넘어서 생사를 갈라놓을 수 있는 무서운 파괴력을 지녔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이후 첫 시련을 맞은 재계의 탈불황전략과 그 현장을 시리즈로 정리한다.<편집자 주>

전경련이 최근 밝힌 임금 총액동결 방침은 임금과 고용구조의 대수술을 시사하고 있다. 87년이후 국내 인건비가 급등할 때 국내기업들이 선택한 해법은 「자동화」였지만 지금은 감원이 1차 타깃이다. 개방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고임금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 인력구조의 거품부터 제거해야 한다는게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몇몇 대기업이 실시한 명예퇴직은 특정연령 특정계층을 겨냥해 소규모로 시행됐던 예전 방식과는 달리 대상 연령이나 직급을 평사원 수준까지 대폭 낮추어 사실상 대량감원 형식을 취하고 있는게 특징이다.

최근 부·과장급 직원 1백4명에 대해 명예퇴직을 실시한 선경인더스트리는 현재 대리이하 직원에 대해서도 명예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인력관리담당 서태구이사는 『명예퇴직 신청은 모두 받아들일 방침』이라며 『퇴직금과 최고 60개월분 월급에 해당하는 퇴직장려금 등 회사의 「고통분담액」이 커도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내년도 임금총액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키로 한 코오롱그룹은 부차장급의 20∼30%를 명예퇴직시키거나 수출 영업 생산 등 현장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초호황 끝에 찾아온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도 45세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실시를 고려하는 등 주요 그룹들은 대부분 본격적인 잉여인력 파악작업에 들어갔다.

기협중앙회도 임금 총액동결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감원의 회오리 바람은 중소기업에도 불어닥칠 전망이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도 변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능하고 불필요한 인력에게도 똑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현행 임금체계로는 거품 임금을 제거할 수 없다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코오롱그룹은 사장단 연봉제 도입을 전격 발표했고 LG전자도 기능직을 제외한 전직원 능력급제 실시를 생각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에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임과의 전쟁」은 물가 및 금리안정, 고부가가치제품 개발 등 전방위 노력과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치 경제난국이 모두 고임금 탓인양 책임과 희생을 근로자에게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경총에 따르면 86∼94년 국내 제조업계 근로자의 명목임금은 3·8배로 뛰어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물가 때문에 헛배부른 고임금의 실체는 도외시한 채 임금에만 집중포화를 퍼붓는 것은 불황탈피를 오히려 더디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리해고 및 근로자파견제 등을 도입, 대량실업까지도 감수한채 비효율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로총은 『저임금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몇몇 재벌이 장악하고 있는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특정 종목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산업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남대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