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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극계도 불황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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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극계도 불황에 “휘청”

입력
1996.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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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관객찾아 순회공연 결정영국의 연극계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국립극단격인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는 97년부터 런던 본거지인 바비칸센터를 포기, 런던 공연일수를 연중 2개월 정도로 줄이고 전국 순회공연에 주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런던연극계에서 국립극장과 더불어 자본의 논리에 어느 정도 초연할 수 있었던 극단인 RSC가 문화적 버팀목 역할을 일정량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월간 「한국연극」 9월호에 실린 장원재씨(런던대 연극전공 박사과정)의 기고문 「로열 셰익스피어극단의 운영계획을 통해본 영국의 연극현실」을 살펴 보자.

RSC의 선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바비칸센터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바비칸센터는 런던시티(상인 자영업자 금융가들이 독자적 행정을 펼쳐온 런던시내의 자치지역)가 추진한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건물 밖을 벗어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건물집합. RSC는 런던시티 시장의 제안에 따라 82년 이 곳에 둥지를 틀었고 유력한 자치단체가 유수의 극단을 초빙,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한 시도는 14년간 크나큰 문화적 성취를 이루었다.

RSC의 성명발표후 바비칸센터 운영위원회는 극장이 비는 동안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메워나갈 것인가로 고심했다. 떠나가겠다는 극단의 명분이 사리사욕 때문은 아니었으므로 붙잡을 수도 없었다. 「대중은 더 이상 연극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속성은 연극을 더욱 더 소수에 의한 소수의 예술로 고립시키고 있다. 대중과 유리되지 않으려면 한 군데 머물러 관객만 기다리는 자세에서 벗어나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이것이 극단의 논리인 것이다.

웨스트 엔드라고 불리는 런던 중심부의 극장가에는 40여 대극장이 있고 이 곳에서만 매일 수만명이 연극을 관람한다. 그러나 배우조합회원의 80% 이상이 연극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시실업상태이다. 어느 평론가는 연극의 이같은 위기상황을 「서서히 침몰해가는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했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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