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 특단처방… 파장 클듯/「고비용」 부담 줄여 경쟁력 확보 겨냥/공기업·중기까지 확산 조짐/“근로자에 책임 전가” 비판도임금동결 감원 등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내핍경영」이 정부 및 주요그룹에 이어 금융계를 비롯한 전 업계, 정부투자기관 등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이 내년도 임금총액 동결을 추진키로 한데 이어 정부투자기관, 정부예산을 지원받는 국책연구소는 물론 민간기업, 금융계에서도 적극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의 방침에 따라 삼성 현대 LG 등 주요그룹들은 이날 일제히 각사별 대책마련에 들어갔으며 일부그룹은 김영삼 대통령의 남미순방 수행차 출국한 그룹회장이 귀국하는 즉시 임금안정방안을 확정키로 했다.
전경련의 이번 방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현재의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불황을 이겨낼 수 없다는 재계의 긴박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각사마다 「연쇄 동결」이 쏟아져나올 전망이다. 특히 전경련의 임금총액 동결방침은 대기업보다도 노동집약업종에 편중된 중소기업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어 경제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미 코오롱그룹은 6일 긴급사장단회의에서 내년도 임금총액을 올해 수준으로 묶기로 했고 포철도 내년도 임원 임금동결 방침을 세웠다. 담배인삼공사 한전 산업은행 등 18개 정부투자기관과 국책연구소의 「화답」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임금안정은 기업과 국가경제의 「생존」차원에서 불가피한 처방이라는 게 재계와 정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87년이후 매년 두자릿수 임금인상을 해온 재계가 임금총액 동결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도 불경기의 상처가 의외로 깊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바탕을 둔 것이다. 노조의 임금인상요구를 쫓아가느라 허덕허덕하던 일부 중견기업에서 전경련의 이번 결정을 내심 기다렸다는듯 반기는 기색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계의 이번 방침은 고용불안을 유발, 노사갈등의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특히 전경련이 ▲노조 파업요건 대폭 강화 ▲정리해고제 및 근로자 파견제 도입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어서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우려된다.
일부에서는 기업이 고부가가치제품 개발을 통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지 않고 불황의 책임을 근로자에게 일방 전가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업계 내부에서도 일부 대기업들이 호황기에 앞장서 근로자임금을 변칙적으로 고율 인상해놓고 경기가 어려워지자 그 짐을 다시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건전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결국 재계의 임금안정 방침은 근로자의 호응을 얼마나 얻어내느냐에 달려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심각한 경제난에 대한 공감대를 전체 근로자로부터 이끌어내고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내야만 부작용없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벌써부터 재계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임금총액 동결이란/감원·잘못된 고임 구조 고쳐 규모 같게/전원동결과 달라… 연봉제 등 촉진 계기
임금총액 동결은 근로자 전체에 대한 임금동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임금동결이 전직원 개개인의 임금을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묶는 것이라면 임금총액 동결은 인력재배치나 불필요한 인력 감원, 또는 직급에 관계없이 고임금구조의 전반적인 조정을 통해 임금총액규모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전직원에게 지급되는 임금총액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임금조정이 가능한 셈이다.
전경련이 임금동결이라는 극약처방을 피하고 임금총액 동결이라는 차선책을 택한 것은 근로자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생산성에 비해 과다한 임금을 받는 근로자나 불필요한 인력의 감원을 유도, 임금 조정의 여지는 남겨두되 총액만큼은 현상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임금총액 동결의 이면에는 이번 기회에 왜곡된 임금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재계는 그동안 능력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나 무능하면서도 게으른 사람이나 임금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현행 임금구조로는 생산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해왔다. 우리의 임금구조가 지나치게 평준화해 있어 임금을 통한 인력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연봉제 등 능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형태의 임금체계가 보편화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재계의 임금총액 동결추진은 결국 감원과 직결될 수 있으며, 근로자의 임금인상폭을 최대한 억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경련도 임금총액 동결에는 인원변동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강조, 향후 감원 명예퇴직 등 대대적인 고용축소가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특히 신설 계열사로의 인력이동이 불가능한 중견기업이나 투자를 축소하는 대기업들은 임금총액 동결을 위해 대대적인 감원조치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임금총액 동결은 곧바로 고용불안과 연결될 소지가 있다.
이미 선경인더스트리 포철 한국유리 등은 명예퇴직을 실시, 전체 관리자의 20∼30%를 삭감했다.
코오롱그룹은 계열사별 임금총액은 올해수준으로 묶되 사장단 연봉제를 전격 도입, 무능력한 관리자에 대한 인건비 지출을 줄여 여타 근로자의 임금인상요구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재계의 임금총액 동결은 앞으로 전업계에 임금구조의 효율화를 위한 연봉제 등 능력급제 도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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