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항에 들어온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함정 2척이 5박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6일 출항했다. 초급장교 1백30명과 승조원 5백50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해군사관학교 판문점 제3땅굴 경주 문화유적지 방문 및 친선행사 등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갔다. ◆이들의 친선방문은 「의외」라고 할만큼 조용하고 부드럽게 진행됐다. 시민단체들의 항의시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방문일정을 소화하는데 지장을 줄만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 신문들까지 예상이 빗나간듯 「조용한 방문」이었다고 놀라움을 나타낼 정도였다. ◆일본함정의 한국방문이 94년 12월에 있었던 한국 순항함대의 도쿄(동경)항 방문에 대한 답방인데다 정부도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고려해 이를 애써 알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방한이 널리 알려진 후도 국민들은 일본 함정의 방한을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아무리 친선방문이라지만 일본 함정엔 그 옛날처럼 일본 해군의 상징인 아침햇살이 퍼지는 해군기와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한말에 일장기 등을 휘날리면서 강화도·인천·부산항 등에 나타나 우리를 괴롭혔던 일본함정의 모습을 쉽게 잊을 수 없는데도 그러했다. ◆일본함대의 첫 한국방문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를 소아병적으로 반일감정 차원에서만 바라볼 일도 아니다. 일본은 정치·경제·문화·안보 등 모든 면에서 우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에 일본함대를 냉철하게 맞은 국민들의 성숙한 태도는 항상 경계를 하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읽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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