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년만에 첫 해외 초청/여성국극 중흥 보는게 소원”한국여성국극협회가 창립 10년만에 외국 초청공연을 간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초청으로 7∼21일 미국 6개 도시(워싱턴 뉴욕 댈러스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보스턴)에서 공연할 작품은 황진이의 삶을 그린 「내 뜻은 청산이요」. 외국 무대로는 지난 4월 호주 시드니공연도 있었지만 초청받아 나가기는 처음이라 이사장 홍성덕씨는 감개무량해 하고 있다. 그는 재정난에 허덕이면서도 매년 1∼2회씩 꾸준히 공연을 해왔고 모자라는 돈을 장만하느라 집까지 팔고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50년대 인기 최고였던 여성국극이 사라져가는 게 안타까워 86년에 단체를 만들었지요. 다행히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조짐이 2∼3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객층이 젊어진 것도 희망적이에요. 작년에 윤동주의 삶을 그린 「별 헤는 밤」을 공연했을 때는 여고생들이 「오빠」를 외치며 무대로 뛰어오르기까지 했어요』
여성국극은 여자들만의 창과 춤, 연기로 꾸미는 우리식 뮤지컬. 판소리창법을 쓰지만 소리가 좀 더 예쁘고 화려한 의상과 춤이 볼 만하다. 연기 춤 소리 용모가 모두 뛰어난 팔방미인이라야 알맞다. 지금도 남자역 단골배우를 사모해 시집을 가지 않는 여성팬이 있을 정도다.
그의 본령은 판소리. 81년 남원 전국명창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는데 84년 암진단을 받고 소리를 못하게 됐다. 병은 나았지만 절망스러웠다. 거기서 벗어나려고 그는 한국여성국극협회를 창립, 여성국극의 맥을 다시 이었다. 구구한 사연을 묻어두기 아쉬워 「내 뜻은 청산이요」(한뜻출판사 간)라는 책도 썼다. 4일 시중에 나온 책에서 그는 살아온 이야기와 함께 여성국극 변천사를 처음 정리했다. 여성국극의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그와 함께 활동했던 왕년의 인기스타 김경수씨가 최근 자신의 국극단을 창단, 여성국극단체는 이제 2개가 됐다.
그의 어머니 김옥진은 육자배기의 명창이었다. 그리고 그의 딸은 소리와 춤, 연기에 두루 능한 배우 김금미다. 여성국극의 르네상스를 보는 것, 그것이 홍씨의 최대 소원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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