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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잣대는 고무줄?/이광일 국제1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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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잣대는 고무줄?/이광일 국제1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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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사일은 「국민을 학대하거나 이웃을 위협하면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사담 후세인에게 전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최근의 잔학행위에 대해 사담에 값을 치르게 하고 이웃 나라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입니다』3일 미국의 대이라크 미사일 공격을 처음 전한 외신들은 「왜?」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있었다. 아니 생략했다기보다는 마땅한 설명이 쑥스러웠던 것 같다. 얼마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CNN에 나와 단호한 어조로 공습이유를 밝혔다. 그런 다음에야 『이라크가 최근 쿠르드족 거점지역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라는 「왜」가 갖춰진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엿한 유엔 회원국을 공격한 이유치고는 어딘지 허전했다. 적어도 무슨 무슨 「국제법 위반」이라든가 어디선가 자주 들었던 「유엔 결의 xxx호 위반」이 이유라는 그럴 듯한 설명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랬다.

결국 쿠르드족에 대한 이라크의 잔학행위를 제지하는 「인도적 개입」이자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악행을 막으려는 「미리 기죽이기」라는 것이 겉으로 미국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독재자임은 그 자신도 잘 아는 일이다. 쿠르드족을 포함해 배 곯고 약이 없어 죽어가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는 이라크 국민의 요즘 처지도 모두 그 때문이다. 그가 너무 미워서인지 세계 유수의 통신·방송은 그를 「사담」이라고 무례하게 부르는데 익숙해져 있다. 세상이 다 그를 미워한다. 그래도 궁금증은 남는다. 『잔학행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면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레바논 시민들이 피흘릴 때, 보스니아에서 회교도들이 인종청소를 당할 때, 르완다에서 100만명이 죽어갈 때 미국은 어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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