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코앞 클린턴 강수 선택/국내외 지도력 과시 겨냥/한때 비판 돌도 지지 선회 성과/사태 장기화·미군 희생땐 부담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은 대통령 선거를 두달 앞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면밀히 계산된 조치라 할 수 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에 국제법을 무시한 데 대한 단호한 응징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국내 정적에 자신의 결단력을 과시하려는 조치이다. 일단 이 두가지 목표는 달성한 듯하다.
이날 미국의 공격직후 후세인의 허풍과는 별도로 이라크정부는 구체적인 시한을 못박아 북부 쿠르드 거점에서의 철군을 약속했다. 또 비교적 신속하게 보복공격을 단행한 때문인지 공화당의 클린턴 비난도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미군의 희생이 따를 경우 클린턴의 대이라크 정책은 또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같은 국제적 위기상황에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초당적인 단합을 유지하는 관례로 보아 클린턴은 대선정국에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클린턴 대통령의 「실패한 지도력」을 비난해 온 밥 돌 공화당 대통령후보는 이날 미사일공격 직후 이를 지지하고 나서 이같은 분위기를 확인시켰다.
대이라크 미사일 공격은 이처럼 국내정치적으로 클린턴에 플러스요인이 되겠지만 미국이 져야할 군사·외교적 부담도 적지 않다.
우선 미국은 이번 공격의 명분으로 이라크가 쿠르드족의 보호를 명시한 유엔 결의 688호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들고 있으나 공격을 정당화할 국제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또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최대 적국인 이란의 상대적 부상을 지원하는 결과일 수도 있어 전략적인 딜레마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대통령이 강수를 둔 것은 선거철을 맞아 미국의 지도력을 시험하려는 후세인 대통령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화당과의 지도력 논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욕이 워낙 강했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최근 이라크군의 이상동태를 파악한 즉시 막후채널을 통해 후세인 대통령에게 2차례 경고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후세인은 이를 무시하고 군대이동을 계속했고 미국의 공개경고가 뒤따랐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라크사태 해결을 위한 자신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돌 후보측이 지도력 부재를 쟁점화한 데 대해 격노했다는 보도도 있다.
후세인은 미국의 미사일 공격 직후 결사항전을 국민에 호소하면서 공공연히 대미보복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클린턴행정부의 한 관리는 『벙커에서 큰소리치는 사람은 무서울 게 없다』고 일축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