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보고 넘보지마” 중국 견제 무력시위인도네시아가 2일부터 남중국해 남단 나투나 군도 해역에서 대규모 육·해·공군 합동 군사훈련에 들어가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까지 계속될 이번 훈련은 공정대를 비롯한 병력 1만9,000여명과 함정 50척, 전투기 40여대가 동원되는 인도네시아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훈련에 대한 관심은 규모 뿐 아니라 나투나 군도의 경제·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더 커지고 있다. 나투나 군도는 300여개의 산호초로 구성된 쓸모없는 섬에 불과하지만 인근 해역은 10조㎥ 이상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자원의 보고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94년부터 다국적 미석유회사인 엑슨사와 합작, 350억∼400억달러를 투자해 가스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나투나 해역의 가스 매장지 일부가 중국이 93년 공포한 남중국해 영해기선속에 포함돼 있다는 것. 중국은 나투나 군도에 대한 영유권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해역의 가스 매장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이다. 따라서 분석가들은 인도네시아의 이번 훈련목적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무력과시를 통해 중국의 잠재적인 영토주장에 쐐기를 박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가스 매장지인 남사(난사)군도 영유권과 관련, 이미 주변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언제 나투나 해역에 대한 권리를 요구할 지 모른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가 가스개발 착수 이후 2년간 이번 훈련을 비밀리에 준비해 왔다는 사실이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당국자도 『나투나 해역에 대한 유일한 잠재적 위협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나투나 해역과 남사군도를 둘러싼 갈등이 향후 동남아 지역의 자원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은 고도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안정적 자원공급이 절실한 처지다. 중국은 92년 원유수입국으로 돌아서 아세안국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보조를 맞춰 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뉴질랜드·영국이 참가하는 5개국방위협정(FPDA)국들이 15일까지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남아 해상에서 전개되는 이같은 2개의 군사훈련은 아세안이 중국을 바라보는 이중적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다. 아세안에게 중국은 협력과 동시에 견제의 대상이다. 아세안은 미국에 대해 대중 최혜국(MFN)대우 영구화와 세계무역기구(WTO)가입허용을 촉구해 온 반면 남사군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동남아가 90년대 들어 세계 최대 해군력 증강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배연해 기자>배연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