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새 경호실장으로 아나톨리 쿠즈네초프 중장이 발탁됐다. 그는 옐친 대통령의 「아디윤탄트(제정러시아 시대의 시종무관)」출신으로 크렘린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툴라」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성격이다.그는 당당한 체격에 격투기에 능하고 옐친의 신임도 두터웠기에 경호실장 발탁이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옐친 대통령의 그림자로 알려졌던 알렉산데르 코르자코프 전경호실장이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와의 권력투쟁으로 물러나자 코르자코프가 앉았던 대통령 리무진 앞좌석에 그가 앉게 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크렘린 인사는 없는 것같다.
문제는 쿠즈네초프의 등장 이후 크렘린의 태도다. 그의 경호실장 임명은 지난달 28일 이즈베스티야 등 일부 신문의 보도로 알려졌는데 지금까지 그는 「얼굴없는 경호실장」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의 얼굴은 오랜 아디윤탄트 생활로 알만한 사람은 대개 알고 있지만 경호실장 발탁 이후 모습을 감춘 것이다. 나이나 군 경력, 아디윤탄트 생활 등 그의 과거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이즈베스티야 등 일부 언론은 기껏 그의 아디윤탄트 생활 일부를 전하는 데 그쳤고 크렘린측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전임 실장들에 대한 태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특히 크렘린의 공보부서는 요즈음엔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간신히 전화가 연결되더라도 대변인의 공식발표 외에 언론과는 대화자체를 피하는 태도다. 이같은 크렘린의 언론기피는 물론 옐친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일부 언론의 추측보도 때문이다. 그러나 추측보도도 크렘린측의 「무조건 숨기기」식 태도에서 비롯한 것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크렘린은 크렘린」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한 이같은 추측보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