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마드 깐수라는 레바논계 필리핀인으로 국적을 고쳐 북한간첩으로 암약하다 체포된 정수일이 「남한에 수십명 내지 수백명의 고정간첩이 있다」고 한 진술은 충격적인 소식이다. 이같은 지적은 정이 12년간 북에서 단파라디오로 매일 새벽 지령을 내리는 대 간첩호출 부호와 지령 등을 받아 활동을 했던 체험을 근거로 밝힌 것이어서 매우 신빙성이 높다. 한마디로 뻥 뚫리다시피한 남의 대공 경계태세와 국민의 해이된 대공 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하기야 우리의 대공태세가 허점을 드러낸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른바 92년9월 적발된 「조선노동당 남부지역당」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북한의 권력서열 22위의 장관급인 이선실은 80년 일본을 거쳐 위장입국 후 10여년간 주민증까지 발부받고 버젓이 셋집을 마련했다. 그 뒤 북에 드나들며 거액의 공작금을 가져다 일부 재야와 운동권 등을 포섭, 남부지역당 등을 구축하여 62명이 구속되고 3백여명이 연루돼 조사를 받기까지 했었다. 또 95년10월 부여에서 체포된 간첩 김동식 등도 여러 차례 남파된 후, 남의 여러 곳을 멋대로 왕래하며 간첩활동을 하여 허술한 경계태세를 입증했던 것이다.
북한은 현재 막대한 공작금과 요원을 길러 노동당 산하에 남지하당구축과 동조자 포섭 등을 맡는 사회문화부, 정과 같이 정보수집만 맡은 대외정보조사부와 작전부, 통일전선사령부등 4개부서와 무장공작을 담당한 인민무력부의 정찰부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난, 식량난에도 대남적화목표를 위한 교란과 선동 사업은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대공체제가 느슨해진 원인은 민주화와 자유화로 대공의식이 해이해진 것도 그렇지만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 그리고 안기부·기무사 등 관련기구의 대공전문 인력의 태부족을 들 수 있다. 당국의 방향이 없는 통일교육 등도 큰 원인이다.
우리는 20여년전까지 매일 밤 자정이면 북한이 대남방송을 통해 대남간첩들을 향해 숫자로 공개지령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후 그들은 숫자방송 대신 단파라디오로 암호를 보내오고 있다. 또 간첩 남파도 휴전선과 해상만이 아니라 러시아의 탈북 노동자와 구직을 위한 조선족 중국동포로 위장입국하고 여전히 일본·동남아 등 제3국을 통해 침투해 오고 있다. 여기에다 방송과 선전물 등으로 시대착오적인 주사파학생들이 한총련을 주도하고 통일을 내세워 폭력난동을 벌이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국은 저들의 침투저지를 위해 새로운 각오 아래 철저한 대공태세와 전문가의 양성·우대, 그리고 북한 실상교육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 역시 우리 자신의 안전을 위해 우리 주변에 좀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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