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양식 개발·언어와 실재 혼재속 이미지 강조”/이용욱씨 중심 「버전업」 창간 폐쇄적 기존 문단에 도전「사이버문학(CyberLiterature);통신망을 이용한 의사소통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문학행위를 가리키는 신조어」. 정보화사회에 조응하는 문학을 지칭하는 말이다. 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지던 문학행위들이 「사이버문학」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통신문학」 「컴퓨터문학」 등 글쓰기 방식의 변화라는 한정된 의미로 사용되던 의미는 이제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사이버문학의 개념은 올해 초 문학평론가 이용욱씨(28·한남대 강사·하이텔ID icerain)에 의해 제기됐고 그의 책 「사이버문학의 도전」을 통해 구체화했다. 그 작업의 연장선 위에서 「사이버문학의 도전」을 표어로 한 계간지 「버전업」(도서출판 토마토간)이 2일 창간됐다.
이씨가 편집주간을,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가 김영하씨, 미디어평론가 변정수 신동윤씨, 하이텔 시사랑의 운영을 맡았던 전사섭씨, 문화비평지 「오늘예감」 편집장 한정수씨가 편집위원을 맡았다. 창간호에는 소설가 박상우씨의 연재장편 「내 사랑 킬리만자로」와 하이텔문학관에 「나는 카메라다」를 연재중인 소설가 윤대녕씨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용욱씨는 사이버문학이 유행으로 끝나거나 익명을 담보로 한 사변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이버문학은 산업혁명과 소설의 탄생을 연관지을 수 있듯이 정보혁명에 대응하는 새로운 문학양식이다. 작가는 무수한 독자의 비판과 비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수용미학의 이론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정전의 부재, 패러디·패스티시(혼성모방) 등 문학기법의 등장도 특징이다』 이씨는 따라서 사이버문학에서 기성작가의 권위는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는 『사이버문학이 추구하는 미학은 커뮤니케이션과 이미지네이션을 합친 커뮤지네이션(Commugination)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며 『이는 의사소통의 다양한 양식을 개발하거나 언어와 실재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면서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송경아의 소설 「책」에는 실재와 허구가 동등한 권리를 갖고 공존하며, 김영하의 「호출」은 끝이 없고 줄거리가 뒤바뀐 뫼비우스의 띠 구조를 갖고 있다. 사이버문학은 독자와 실시간 대화를 통해 원작의 무한한 개작(버전업)이 가능하다.
현재 통신공간에서 그런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런 작품은 누가 작가인지 확정하기가 쉽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문학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씨는 사이버문학을 토대로 기존 문단을 개혁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학연과 문학그룹 등 창작의 자유를 가로막는 모든 권위주의의 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방성이 문학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사이버문학은 문학 아닌 것이 문학을 규제·훈육하는 현실을 거부하면서 읽기와 쓰기의 완전한 자유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전업」은 아직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통신인구가 소수이기 때문에 기존의 문학형태와 겨룰 물리적 힘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천리안의 「시인통신」과 하이텔의 「시사랑」등에 통신망 속의 문학이 출현했던 3년 전보다 훨씬 세련되 작품이 올라오고 있다. 계간 「작가세계」가을호는 하이텔의 학술연구 소그룹인 ALEPH(송경아씨 책임운영) 게시판에 시각 이미지가 돋보이는 30여편의 엽편소설을 발표했던 박태균씨를 소설부문 시인으로 추천하기도 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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