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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기계 “쇠락대책 세워라”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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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기계 “쇠락대책 세워라” 비상

입력
1996.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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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기사 3년간 세계대회 우승 없었다” 질타/“바둑 보급·원생교육제도 정비 시급” 목소리 높여『일본바둑이 위태롭다』

최근 일본 바둑계에서 나오고 있는 자성의 목소리이다. 그동안 일본은 현대바둑의 종주국, 세계 최강을 자처해 왔지만 최근 각종 국제기전에서 잇달아 패하면서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기원이 발행하는 월간 「기도」지는 최근호에서 『일본 바둑시계는 현재 하오 4시』라며 『석양의 노을 속에 빨간 위험신호가 깜빡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85년 시작된 중일슈퍼대항전에서 3년연속 패배를 기록한 것이 첫 위험신호였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사정이 더욱 악화, 지난 3년간 각종 세계대회에서 단 한 번도 일본기사가 우승한 적이 없는 점을 예로 들면서 『바둑은 승부이지 예술이 아니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한 번의 패배는 용서할 수 있지만 두 번째는 비웃음을 살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잡지는 후진양성을 위한 바둑보급체계도 엉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전국에 1,000개 이상의 바둑교실에서 나어린 학생들이 1주일에 5일씩 열심히 바둑을 배우고 철저한 원생교육을 통해 신예강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범국가적으로 바둑강자를 양성하는데 일본은 바둑보급, 원생교육제도가 엉망이라는 것. 한국과 중국은 오래전부터 『정상급의 실력은 이제 거의 일본을 따라잡았다. 문제는 정상권의 층이 두텁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이제는 신예강호들이 잇따라 발굴돼 그 격차도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열린 제1회 LG배 세계기왕전에는 일본의 7대 타이틀 보유자가 전원 출전했는데도 고바야시 사토루(소림각) 9단만이 8강에 진출했고 8월 3일 벌어진 제9회 후지쓰배대회에서 이창호 9단이 중국의 마효춘(마샤오춘) 9단을 누르고 우승, 자국이 주최하는 세계기전에서 4년연속 다른 나라 기사들에게 우승을 내준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기도」지는 이어 『화폐가치로 보아 기성전 명인전등 일본 국내기전의 상금이 국제기전보다 높기 때문에 일본기사들이 국제기전을 소홀히 한다거나 일본의 주요 기전은 제한시간이 8시간으로 2일바둑인데 반해 국제기전은 대부분 제한시간 3시간짜리여서 적응하기가 어렵다는등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지만 변명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일본바둑계의 자성의 목소리는 한국바둑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표면상 한국바둑은 해가 중천에 떠오른 낮 12시이다. 각종 국제기전을 잇달아 석권하고 규모큰 국제기전이 속속 신설되고 있다. 그러나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등 3두마차에게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한국바둑은 일본보다 더 급속하게 침체될 위험성이 높다. 일본바둑계의 황혼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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