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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순환 언제까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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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순환 언제까지(사설)

입력
1996.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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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례에 걸친 유급으로 제적위기에 처한 1천5백42명의 한의대생을 학칙을 고쳐가면서까지 구제하기로 한 교육부의 조치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는 그 어렵게 입학한 대학에서 1천5백명이상의 대학생들이 한꺼번에 제적될 때 그 학부모와 학생 개인이 당하게 될 불행을 감안한다면 제적만은 면하게 하려는 교육행정의 온정주의를 탓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동정론이다.11개 한의대학의 제적대상 학생은 전체 학생 4천5백87명의 33.61%에 해당한다. 그 학생들이 집단으로 한꺼번에 제적될 때 초래할 한의사 수요공급과 더 나아가서 끝내는 현정부에 안겨줄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도 고려했을 것이다. 대량 제적과 대량 유급으로 신입생 모집이 그만큼 중단될 때 앞으로 한동안 한의사 수요공급 체계가 일대 혼란을 빚게 되는 것은 결코 작은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는 불가피론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그렇게해서 제적되는 학생들이 끝내는 한총련처럼 체제나 현정부에 반대하고 도전하는 세력이 될 때 차라리 정부가 조금은 비겁하지만 눈 딱감고 원칙과 일관성을 한번 뒤엎는 게 백번 실익이 있을 것이라는 현실타협론이 정책 결정자들의 사고를 지배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가지 시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손바닥 뒤집기식으로 원칙과 일관성을 번복하는 무원칙한 정책결정 행태가 초래할 또 다른 부작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량 제적이나 대량 유급이 가져 올 정치적 부담때문에 학칙도 필요에 따라 마구 바꾼다면 다른 분야에서의 탈법·범법은 무슨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처벌하고 대응할 것이냐는 국가경영의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성적이 기준에 못미친 학생에게는 학사경고 3번이면 서슴없이 제적을 하면서, 두학기를 통째로 수업을 거부해 한점의 학점도 따지 않은 학생들은 학칙을 고쳐가면서까지 면죄부를 준다는 것은 형평의 원리에 너무나 어긋난다. 원칙이 없으면 다스림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게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같은 상황으로 그렇게 됐다면 명분이나 있다. 하지만 한의대생들의 수업거부 투쟁은 결코 그런 것이랄 수는 없다. 학사행정은 결코 정치가 아니다. 그런데도 하물며 학사행정에서도 정치처럼 고무줄식의 편의주의가 판치면 대학마저 정치판처럼 돼버릴까 겁이 난다.

무원칙한 학칙개정은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그리고 초기대응을 게을리해 사태를 최악으로 몰고 온 교육부와 복지부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양식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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