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같은 무한의 상상력/니트에 오롯이 수놓아요”이경원(34)의 옷은 젊다 못해 어리다. 소녀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갖고 놀았던 종이인형을 크게 프린트한 스웨터가 등장하는가 하면 유치한 색깔의 인형옷을 줄줄이 달고 있는 금속성 미니스커트도 나온다.
『60, 70년대 빨고 빨아 줄어든 구제품 옷의 촌스러우면서도 화사하던 느낌이 칙칙하던 당시 사회분위기에서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모른다』는 이씨는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는 어린시절의 추억과 감동을 옷으로 표현한다.
지난해에는 만화주인공에 흠뻑 빠져서 그들을 출연시킨 옷을 내놓았고 올해는 마녀와 요술쟁이에 사로잡혀서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주제로 장난스러운 옷을 젊은 디자이너들의 모임인 「뉴웨이브 인 서울」 봄 전시회 때 발표했다.
이씨가 이렇게 어린이다운 상상력을 풀어놓는 소재는 니트. 그래서 더욱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니트는 실 한가닥으로 옷을 시작하므로 상상력을 무제한으로 펼 수 있다. 직물은 소재에서 옷의 종류가 정해지지만 실은 디자이너의 욕구에 따라 블라우스도 되고 코트도 되니까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옷의 색감이나 느낌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것도 매력이다. 실 하나로 이씨는 섬세한 원피스부터 부풀부풀한 코트까지 두루 만든다.
85년 이화여대 장식미술과를 졸업한 이씨는 은진니트라는 소규모 의류업체에서 니트기술을 제대로 익혔다. 그후 (주)데코를 거쳐 88년 가원어패럴이란 니트디자인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센스 세라비 논노 등을 위해 젊은이들이 입는 비교적 무난한 니트를 만들었던 이씨는 지난해부터는「아가씨」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개성을 한껏 살린 옷을 내놓고 있다.
그의 옷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다. 94년 간사이국제공항 개항기념으로 오사카에서 열린 패션페스티벌에 세계의 젊은 디자이너 6명 중 하나로 초대됐으며 이달 초에는 파리에서 열리는 「97 봄/여름 여성기성복박람회」에도 나간다. 파리기성복박람회에는 한복의 선을 니트로 표현한 작품을 들고나가 『주문을 꼭 따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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