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 찾기” 서울전시회/이질환경 “방황” 붓 잡으며 극복/「고뇌」 시로 승화 저명 문학상도5세 때 이탈리아에 입양된 한국소녀가 유명한 시인과 화가로 성장해 사모곡을 애타게 부르고 있다.
다음달 19일 서울에서 전시회를 갖는 타라니씨(25). 그는 「유니 타라니」라는 이탈리아 이름과 「현영 타라니」라는 한국 이름 두가지를 갖고 있다.
입양번호 「K9040」. 76년 이탈리아에 입양된 그의 성장기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한 방황과 갈등의 나날이었다. 그의 치열한 내면세계는 시와 그림으로 농축됐고 그는 친부모을 찾기 위한 20년만의 「귀국전」을 갖는다.
「현영 타라니」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됐다. 양부모에게 넘겨진 서류에는 「KIM HYUN YUNG, 71년 2월4일」이라고 적혀있었다. 양부모 주세페 타라니 부부는 「유니」라는 애칭을 지어주고 「현영 타라니」라는 새 이름을 주었다.
「현영 타라니」가 얻은 낯선 나라에서의 새로운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양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소녀 현영은 과거의 기억과의 단절, 부모, 친구와의 판이한 외모 등을 부끄러워하며 극복하기 힘든 내면적 갈등에 빠져들었다. 고교 진학도 포기했다. 방황과 고뇌의 긴 터널이었다.
자신의 세계에서 빠져 나올 줄 모르던 그는 10여년전 이탈리아에서 전시회를 가졌던 유근상씨(34)부부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비슷한 외모와 정서를 지닌 그들과 함께 붓을 움직이면서 「현영 타라니」는 수없는 자화상을 그리고 또 찢었다. 붓을 따라 가는 자신의 마음을 보면서 비로소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홀로 설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20년동안 그가 쌓은 고뇌의 흔적은 시로 남았다. 그의 시 「전쟁」은 지난해 피렌체의 유명한 월간문예지 「일 파우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주어진 명성은 「고독하고 치열하게 존재와 내면을 파헤치는 시인」이었다. 이 시집은 곧 한국에서도 출판된다.
「현영 타라니」가 어린 시절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은 단편적이다.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움막집에서 오빠와 부모와 살았다. 집 바로 앞에 있는 낭떠러지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 보던 것을 아스라하게 기억한다. 오빠와 무작정 거리를 걷다가 길을 잃고 경동영아원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현영 타라니」는 9월19일부터 서울 강남예맥화랑에서 주한 이탈리아대사관 후원으로 양어머니인 브루나 타라니씨와 함께 전시회를 갖는다. 9월4일 귀국할 예정인 그는 전시회에 앞서 주한이탈리아대사관 김홍래 공보관을 통해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사모의 심정을 간절히 전해왔다. 어두운 자화상이 서울에서 밝게 빛날 수 있기를 「현영 타라니」는 고대하고 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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