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도시에는 유명한 공원이 있다. 도시가 유명해서 공원까지 명성을 얻게 된 것인지, 공원이 워낙 근사해 도시의 명성을 더 하게 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찌됐든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도 그렇지만 이름깨나 있는 대도시에는 유명한 공원이 틀림없이 있다. ◆파리의 블로뉴공원과 뱅센공원, 베를린의 하겐베크공원, 도쿄의 히비야공원, 몬트리올의 마운트로셀공원은 모두가 세계적인 도심속의 녹지들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F 올름스테트와 C 보에는 영국 시골의 자연미를 맨해튼의 중심부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1백37년전에 콘크리트와 벽돌 빌딩숲에 묻힐 초거대도시 뉴욕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미한 설계자들의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1백50만평의 센트럴파크가 없었다면 맨해튼은 벌써 「죽음의 도시」가 됐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공해에 뒤덮인 매머드 도시속에서 공원의 의미를 새삼 반추하게 하는 말이다. 하이드파크 역시 공해에 찌든 런던시민들에게 생명력을 충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6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수도 서울에 세계적으로 내놓을 만한 시민공원이 없다는 것은 나라의 수치다. 1천만 시민들이 살아가면서 뿜어내는 공해를 생각하면 대단위 녹지공간의 확보는 멋과 낭만의 차원을 넘어 시민들의 건강한 삶과 직결되는 도시의 절대요건이다. 그래서 서울시가 내놓은 「공원녹지 확충 5개년 계획」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2000년까지 1조4천억원을 들여 시민 1인당 1평의 녹지공간을 확충하기 위한 녹지친화적인 시정을 펴나가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여의도 광장 11만평을 「서울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재고했으면 한다. 서울을 대표할 공원이 되기에는 너무 비좁기 때문이다. 숱한 돈을 들여 겨우 마련해 유용하게 쓰고 있는 광장만 없애는 꼴이 될까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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