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공인 앞두고 논란 가열/불·영 등 임신 9주이내 조기 유산 방법으로 허용/구토·지연출혈·심근경색 등 부작용 나타날수도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매년 20만명의 젊은 여성들이 불안전하고 불법적인 유산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조기유산을 유도하는 알약이 미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먹는 낙태약 RU―486(Mifepristone)은 미국 남가주대학이 83년 임상실험을 시작한 이후 88년 10월부터 프랑스에서 이용되기 시작했다. 이 약은 임신초 여성의 난소에서 생산돼 배아의 성숙을 돕는 황체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자궁내막을 파괴하고 자라나는 태아를 자궁에서 떨어져 나가게 한다. 임신 첫 9주동안 또는 혈청임신 단백호르몬이나 초음파검사로 임신이 확인된 경우 조기유산 방법으로 사용된다. 약제의 유산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자궁수축제 프로스타글랜딘과 함께 사용한다. 이 경우 단독사용때 20∼40% 되는 유산 실패율이 1∼5%로 감소된다. RU―486은 외과적 수술에 비해 가격이 싸고 냉장보관이 필요없으며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첫날 600㎎을 복용한 뒤 3일째 자궁수축제 프로스타글랜딘을 복용하며 유산에 실패하거나 출혈이 과다한 경우에는 흡인소파수술을 시행한다. 대다수 여성들이 RU―486을 선호하는데 이는 외과적 수술보다 비밀이 잘 유지되고 정신적으로 안정되며 마취가 필요없고 감염의 위험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RU―486이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복통 오심 설사 두통 피부발진 구토 지연출혈 등의 부작용이 흔히 나타나며 내과적 치료및 수술이 추가로 필요한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프로스타글랜딘과 함께 사용할 경우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나이가 많은 흡연 여성은 복용후 심장발작의 가능성이 높으며 유산되지 않으면 기형아발생 가능성이 있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약의 장기효과에 대해서도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RU―486은 88년이래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 유럽에서 조기유산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93년 클린턴 대통령이 RU―486의 수입을 가속화시켜야 한다는 의안에 서명했을 정도로 낙태찬성론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94년에는 미국 12개주에서 2,1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RU―486의 유산과정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 7월 FDA는 RU―486이 조기유산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부작용이 적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음달 중순쯤이면 FDA의 인정과정을 밟아 97년까지는 공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U―486이 국내에서 실용화하려면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모자보건법상 특수한 경우 외에는 낙태가 금지된 국내에서 개인적으로 이 약제를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 10∼20대의 성문란이 가속화하는 등 도덕적 윤리적으로 큰 혼란이 우려된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마음대로 조기유산을 시킬 수 있어 낙태금지법이 무색하게 되고 약제의 오·남용으로 기형아출산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김진홍 가톨릭대 의대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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