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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미 기업들 짝짓기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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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미 기업들 짝짓기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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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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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투자보다 제휴기업의 자원활용이 경제적”/항공기엔진 라이벌 GE­프랫&휘트니도 손잡아미국 기업계에 짝짓기가 성행하고 있다. 경쟁 기업끼리라도 필요하다면 손을 잡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보완적 관계에 있는 기업이라면 제휴를 통해 서로의 결점을 보완한다. 90년대 들어 시장경제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기업간 사업제휴도 국제화하고 그 규모도 대형화하는 추세에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경쟁 속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해 직접투자보다는 파트너 기업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값싸고 손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5월 세계 최대 항공기 엔진제작업체인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과 두번째 기업인 유럽의 프랫&휘트니사가 최신형 보잉 777 여객기의 엔진을 생산하기 위해 제휴했다. 세계 항공기 엔진 시장을 80% 가까이 석권하면서 선두다툼을 벌였던 두 회사는 합작사를 만들어 보잉이 요구하는 엔진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항공기 엔진 분야의 경쟁은 그동안 전쟁에 비유될 정도로 치열했기 때문에 이번 두 회사의 제휴는 유례없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두 경쟁사가 파격적인 제휴관계를 맺은 이유는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 최대 수요자인 보잉사가 경비 10% 절감을 엔진회사에 요구했고 두 회사는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제휴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GE와 프랫&휘트니는 서로의 인력과 기술을 제공, 엔진개발과 제작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두 회사의 제휴는 이 분야에서 제3의 업체인 영국 롤스로이스의 시장을 잠식하고, 세계적인 독점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GE와 프랫&휘트니의 제휴에서처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이 기업세계다. 미국 기업에 성행하고 있는 「전략적 제휴」라는 용어는 「적과의 동침」을 통해 이익을 최대화하는 경영전략으로 최근 몇년동안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뉴저지주 뉴왁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시큐리티 데이터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동안 미국에서 기업제휴 건수는 매년 25%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증권투자자문회사인 쿠퍼스&리브랜드의 자료에 따르면 93년 현재 고속성장업체 328개사의 55%가 다른 기업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항공사간 전략적 제휴도 올들어 활발하다. 아메리카 에어라인과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가 서로의 항공기를 공동운항하기로 했다. 이 제휴로 두 회사의 항공기 운항편수는 세계 최대가 됐고, 서로의 이익을 더 많이 챙길 수 있게 됐다. 아메리카 에어라인은 영국을 기점으로 하는 아프리카노선을 운항할 수 있게 됐고 브리티시 에어는 아메리카 에어라인이 취항하는 노선에서 승객을 실을 수 있게 됐다. 두 항공사 모두 보다 넓은 시장과 보다 많은 손님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기업의 짝짓기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영역에서 활발했다. 자본 규모는 작지만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 자본을 투자하거나 인력을 공급할 회사, 판매망을 가진 회사등과 제휴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들어 대기업들도 기업제휴의 필요성을 인식, 활발히 제휴업체를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단위의 사업제휴는 마케팅, 기술 개발, 면허 확보등이 주목적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팁턴에 공장을 두고 있는 뉴 피그사는 10년째 방수단열재를 생산하는 자그마한 업체다. 이 회사는 방수단열재 분야에서 선두그룹에 올라있지만 신제품 개발속도와 기술력 향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몇달째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부품공급업체의 협조가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주요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30개를 골라 각 업체와 기술개발에 공동 협력한다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 제휴를 통해 뉴 피그사는 제품의 품질수준을 높이고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기기 제작업체인 IBM과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업을 제휴한 것도 기업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방식이다.

사업 제휴는 이처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주기적인 불황의 위험성을 피할 수 있으며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거나 판매망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

컨설팅회사인 코포리트 파트너링은 『제휴할 기업을 잘 찾는게 기업성공의 지름길』이라면서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은 신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은 자본 및 신용도 확보, 판매망 구축을 위해 각각 사업 제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뉴욕=김인영 특파원>

◎사업제휴의 형태/면허 공동사용·지분참여 등 다양/완전 통합 M&A보다 하위 개념

두 기업이 사업 제휴를 하는 형태는 유망 사업자끼리 합작으로 투자하는 조인트벤처 방식을 비롯해 면허 공동사용, 지분 참여, 프랜차이즈 계약, 전략적 사업제휴 등 다양하다.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있는 컨설팅회사 워런사의 정의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인수 및 합병(M&A)은 일단 사업제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업제휴는 제휴하는 업체의 고유 경영영역을 보존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두 경영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는 M&A보다는 하위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청관계, 공급자 계약, 면허 대여, (일방적) 주식투자, 주문자상표생산(OEM) 등은 힘있는 대기업이 중소업체를 수직적으로 종속시키는 개념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사업제휴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따라서 사업제휴는 대등한 위치에 있는 기업이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제휴하는 것을 의미한다. 협력의 끈끈한 정도는 사업제휴가 M&A보다는 느슨하지만 수직적 관계의 결합보다는 강하다.

학자에 따라 M&A는 물론 계열사관계까지도 넓은 의미에서 사업제휴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인터뷰/사업제휴자문변호사 커티스 사하키언씨/“기술 급속발전 분야서 주로 성행/다른 기업문화 조화가 성공의 길”

기업간 사업제휴가 활발해지면서 미국내에는 사업제휴를 중매하고 법적 절차를 조언해주는 컨설팅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커티스 사하키언씨(45)는 20년동안 기업 부문에서 변호사 활동을 해왔고 현재는 시카고에서 사업제휴에 관한 법률자문 일을 하고 있다.

『사업 제휴는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산업분야에서 주로 성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거대 기업에서도 사업파트너를 구하는 경우가 잦아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사하키언 변호사는 전화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사업제휴동향을 설명한뒤 『사업제휴는 서로 남는 자원을 필요한 자원과 교환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돈이 없어 사업을 못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돈을 번 사람과 제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는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하키언씨는 그러나 『사업 제휴에서는 서로 다른 기업의 문화를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업 풍토와 문화가 다른 업체끼리 제휴했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볼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트너를 선정할 때 전망이 있는 회사인지, 이익을 얼마나 낼 수 있는지, 제휴할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 등을 잘 따져 보아야 합니다. 사업제휴는 기업 최고경영자 간의 화학반응과 비슷합니다. 제휴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제휴의 동기와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그는 아메리카 에어라인과 브리티시 에어등 대기업간 사업제휴에 관해 일단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최근 대기업의 제휴는 20세기 초에 있었던 독점형태의 합자와는 달리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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