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원양어업사상 최대의 참사로 기록된 페스카마호의 선상반란사건 진상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사고선박의 국적, 발견해상의 관할권문제 등으로 우리 주도의 조사와 처리가 퍽 어려우리라던 예상과는 달리 선박예인 등 조치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 해경이 27일 현지해상에 예인선을 급파, 30일께면 부산항에 도착해 모든 것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그렇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 원양업계가 갖춰야 할 과제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지적할 게 고립된 바다에서 빚어지는 선상반란사건엔 대처할 길이 없다는 문제점이다. 망망대해에서 몇개월씩 격리돼 작업을 해야 하는 원양선의 경우 사실상 어떤 범의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는 형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발단은 평소 불평이 많고 선원들간에 갈등을 빚게 한 중국조선족선원들에 대해 선장이 하선을 결정한 데서 생긴 반감 때문이었다.
그렇다치더라도 밤중에 잠든 선원을 한사람씩 밖으로 불러내 흉기로 살해한 뒤 바다에 내던졌거나 냉동고에 감금해 동사하도록 했던 점, 또 밧줄로 결박해 살해했던 점은 잔혹성의 극치라 할 만하다.
두번째 문제는 우리 원양업계의 지나친 외국인 선원 의존실태다. 90년대들어 업계의 불황이 시작되면서 내국인 선원이 줄어들자 정부가 고심끝에 설정한 것이 전체인원의 50%이내 외국인승선을 가능케 한 규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페스카마호의 경우 이를 무시, 외국선원이 70%(정원 24명에 외국인 16명)에 달했고 다른 원양어선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양수산부 통계를 보아도 93년에 1백79명이던 원양업계 외국인선원이 현재는 2천5백53명이나 되어 2년만에 15배 가까이 늘어났을 정도로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그전에 이들의 임금이 국내선원의 30%수준인 데서 반목과 갈등이 잦아지다 못해 이번과 같은 반란 살인사건마저 일어난 것이다.
그밖에도 대부분의 영세업체들이 세금부담 및 각종규제를 피하기 위해 외국국적을 취득하는 편의치적이 일반화하고 있는 점도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결국 불황에 3D업종으로서의 기피현상 등으로 사양산업화 되어가고 있는 원양업계에 뭔가 새로운 조치와 개선이 없으면 이번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 길이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우선 선내를 통제할 수 있는 조직화한 규율이 있어야 하며 이것은 「50% 내국인」의 규칙을 지키는 길이 첩경이다. 여기에 외국인선원들에 대한 인력 관리의 개선, 선발기준이나 사전교육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또 망망대해상에서의 반란발생시 대비할 안전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육지와의 긴급연락망설치, 또는 보신장비의 확보도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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