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 한계” 전국 공장 누벼/근로자·경영인 애로 직접 청취/「종합·체계적 수출지원」 구상중요즘 업계에서는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이 공식직함보다는 「기름때장관」으로 더 알려져 있다. 수많은 공장을 방문하면서 손에 기름때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장관집무실보다는 공장현장을 일터로 삼아 전국을 누비며 근로자와 경영인을 만나 격려하고 수출을 독려하는 박장관의 일정표는 마치 선거유세계획을 방불케 한다. 27일 경북 구미 오리온전기, 대구 (주)갑을 공장방문에 이어 28일에는 광주 금호타이어와 아시아자동차에 들른다. 지난달 3일 LG전자 평택공장 방문이래 두달만에 30개공장을 돌게 된다. 이틀에 1군데꼴의 강행군이다.
박장관이 공장을 찾아나선 것은 수출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장관실에 올라오는 서류상의 정책만으로는 수출난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장관은 이날 세계 7위의 브라운관 제조업체인 오리온전기를 방문, 생산라인과 연구소를 둘러보고 경영자 근로자 연구개발팀 및 정부가 4위일체가 되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것을 다짐했고 이에 회사측은 올해 12억달러어치를 수출해 지난해보다 44% 늘리겠다고 화답했다.
장관의 「현장 찾아가기」에 통산부직원들은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전시행정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장 방문횟수가 늘어날수록 실무 국과장들도 탁상행정의 한계를 자인하게 됐고 현장을 몸소 체험한 실무진들에 의해 기업체들이 피부에 와닿는 지원책들이 하나둘 개발되기 시작했다. 수출용 원자재의 관세인하, 조선소 크레인운전자 자격증제 개선, 섬유신소재개발비 지원 등 사소하지만 기업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조치들이 잇달아 취해졌다. 여기저기서 와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박장관은 현장경험을 토대로 수출촉진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규제완화 및 지원대책을 구상중에 있다. 또 차관등 간부들도 앞으로 120개 주요 기업체를 방문, 「현장정책」을 펴게 된다.
『경제각료의 3분의 1은 현장에 가있어라』는 한승수 경제부총리의 취임 일성으로 박장관의 현장정책은 더욱 돋보였다.
청와대 경제수석시절 공장설립절차를 직접 밟아 보고는 이 기간이 800여일 걸린다는 구체적 입증자료를 만들었던 박장관은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완화는 아직도 먼 것같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박장관은 수출난 타개를 위해선 거시정책도 중요하지만 민관 모두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무엇보다 수출업체 근로자와 경영인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이백규 기자>이백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