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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항소 포기” 의사 배경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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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항소 포기” 의사 배경 촉각

입력
1996.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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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 불만 표출”“승부수” 추측 분분/현실화땐 「집단포기」 사태 등 큰 파장/변호인·측근도 「발언 진의」 해석 갈려12·12 및 5·18사건으로 1심 재판에서 사형과 징역 22년6월이 각각 선고된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이 27일 변호인들에게 항소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씨는 이날 안양교도소로 면회온 이양우 변호사 등 변호인단 4명에게 그동안의 재판과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항소하는 것보다는 나하나 희생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으면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이같은 항소포기의사가 현실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사건 핵심인물인 전씨의 항소포기는 다른 피고인들의 항소여부는 물론 정치권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전 대통령측도 측근들에게 항소포기의사를 밝혀 피고인들의 집단항소포기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의 항소포기는 곧 형의 확정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재판절차는 일단락되게 된다. 형사소송법에는 사형이나 무기가 선고된 피고인의 항소포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중형이 선고된 피고인의 경솔한 상소권 포기를 막기위한 상징적인 조항에 불과할 뿐 강제규정은 아니다. 따라서 항소기간인 다음달 2일까지 서울지법에 항소장을 접수하지 않으면 1심판결대로 형이 확정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씨 발언의 진의와 이를 항소포기로 즉각 연결시킬지에 대해서는 전씨를 접견한 변호인단은 물론 연희동측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변호인단은 『항소포기의사는 명백하지만 최종적으로 항소를 포기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해 전씨를 설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씨가 항소포기의사를 밝힌 이유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공판과정에서 쌓여왔던 사법부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그동안 재판부가 예단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불만을 변호인단에게 수차례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증인신문과정에서는 재판을 거의 포기한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전씨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씨는 6월 변호인단이 재판부의 주 2회 공판강행에 항의해 집단퇴정했을 때 『변호인 없이는 더이상 재판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그후에도 공판에는 계속 출석했다.

전씨의 항소포기의사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한 마지막 승부수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1심재판결과나 국민여론등을 감안할 때 항소를 하더라도 자신의 형량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상 구차한 모습을 계속 보이기 보다는 사형을 일찌감치 확정시킴으로써 여론의 반전을 노린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또 사형집행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하에 사면시기를 앞당길수도 있다는 계산도 염두에 두었다는 설명이다.<송용회 기자>

◎형소법의 무기 이상 상소포기금지규정/선언적 조문 불과… 항소 안하면 형 확정

현행 형사소송법 349조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무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사람은 상소를 포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소제기시한인 전심판결후 7일이내에 상소장을 접수하지 않을 경우 강제상소규정은 없기 때문에 전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법률전문가들은 형사소송법상 상소포기금지규정은 하급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피고인들의 경솔한 상소포기를 막기 위한 선언적 조문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에따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전두환씨의 경우도 항소장을 7일이내에 1심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에 제출하지 않으면 사형이 그대로 확정된다.

◎야간 대책 숙의 “긴박한 연희동”/전씨,변호인단 면담때 1시간 10분 토론/결론 못낸 측근들 “포기로 단정말라” 주문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항소포기 의사를 변호인단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씨 측근들은 이날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도 역시 측근들에게 항소포기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져 이들의 발언 진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전씨를 면회갔던 전상석 이양우 변호사 등 측근들은 전씨의 의사를 듣고 적극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희동측은 『아직 최종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변호인단이 전씨가 수감중인 안양교도소를 찾아간 시간은 이날 상오 9시50분. 전날의 사형선고에 부담을 느낀듯 변호인단 4명이 모두 전씨를 찾았다. 변호인단은 7월8일 20차공판에서 사임계를 제출한 뒤 항소심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고 항소이유서까지 「초안」을 잡아논 상태였다. 이날 접견은 전씨를 위로하고 항소문제를 최종 결론짓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전씨는 뜻밖에도 변호인단에게 『재판을 길게 끌필요없이 나 하나만을 희생하고 모든 것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또 1심재판 진행과정과 선고결과를 거론하며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변호인단은 즉석에서 항소를 권유했다. 사형만 아니면 항소를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1심선고가 내려진 마당에 끝까지 재판을 밀고나가야 한다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전씨와 변호인단은 1시간10분여동안 숙의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어 하오 11시께 면회온 장남 재국씨 등에게도 전씨는 비슷한 심경을 피력했다.

이변호사는 이어 이날 하오 8시께 연희동 전씨 자택을 방문해 가족들과 함께 1시간여동안 대책을 숙의했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백담사에 불공을 드리러 가고 집에 없었지만 측근들이 전씨의 진의를 확인하느라 연희동의 전화는 불이 났다. 연희동측은 항소포기가 가져올 정치적 파문을 의식한듯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대응을 삼가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일부 측근들은 계속 전씨를 설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변호사는 이날 하오 9시30분께 연희동을 나서며 『항소포기가 결정됐느냐』는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좀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소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은 2∼3일 내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의 측근인사는 『시기적으로 미묘하긴 하지만 평소에도 늘 하신 말씀』이라며 『아직 항소포기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니 너무 비약을 시키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연희동측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편 노씨도 이날 아들 재헌씨와 비서관등과 만나 선고이후의 심경을 밝히며 항소포기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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