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용서, 조건없는 희생은 우리의 삶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아름다운 덕목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끊임없는 인내와 희생으로 궁핍하고 어지러운 시절에 우리를 지켜주었다.TV소설 「은하수」(KBS1 상오 8시20분)는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서 더욱 그리워지는 이런 마음들을 담아 주부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불륜과 증오 폭력 등 자극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도 상업드라마 못지않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음을 보여 주었으며 공영방송의 존재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케 했다.
또한 60년대의 소박한 인심과 생활풍경을 섬세하게 그려 시청자들에게 「좋았던 시절」을 되뇌게 한 점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드라마 초반 등장한 아역배우들의 호연도 시청자를 사로잡는 요인이었다.
이 드라마에는 정겨운 이웃들이 많이 등장해 푸근함을 더했다. 동생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거는 큰누나가 있었으며 불행을 함께 나누는 진실한 이웃이 있었고 가여운 처지의 제자를 따뜻하게 돌보는 고마운 스승도 있었다.
「은하수」는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에게마저 버림받은 삼남매의 이야기다. 쌀 한되, 연탄 한장이 아쉽던 시절 삼남매는 집배원인 큰아버지(서인석 분)집에 맡겨져 눈칫밥을 먹으며 자란다. 큰아버지는 그 자신 어깨가 휠 정도로 고단한 인생을 살면서도 삼남매를 친자식처럼 돌본다.
이제 드라마는 31일 종영을 앞두고 아버지(임채무 분)와 큰딸(유호정 분)의 결혼, 둘째딸 내외(안정훈 박상아 분)의 화해 등 『고생의 끝은 있다』는 큰어머니(김영란 분)의 극중 대사대로 해피엔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삶의 따뜻함을 강조하느라 리얼리티를 잃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안에는 삼남매가 과거의 궁핍과 불행한 가족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큰딸 영희는 공장에서 만난 재단사와 결혼하는데 설상가상 치매에 걸린 아버지까지 떠맡게돼 고난이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드라마에서는 인생에 흔히 따르게 마련인 불행의 덫이 보이지 않았다. 다소 갈등이 있지만 결국은 사랑과 믿음으로 해소된다는 꿈 같은 이야기로 끌고 갔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내레이션이 남발돼 사족처럼 느껴진 것도 약점이었다.<김경희 기자>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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