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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의 역사적 단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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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의 역사적 단죄(사설)

입력
1996.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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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재판」결과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과 신군부 인사들에게 1심에서 예상대로 중형이 선고된 것은 우선 사법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17년전 힘으로 국권을 찬탈했던 「성공한 쿠데타」의 처리문제를 놓고 온갖 우여곡절과 진통을 거듭한 끝에 특별법까지 만들어 사법적 단죄를 드디어 성사시킨 것이다. 우리 사법사상 초유의 일로 가히 역사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중형선고는 앞으로 어떤 군사 반란 및 내란행위도 그 성패를 떠나 준엄한 법의 심판을 면할 길이 없다는 것을 판결로 선언했으니 이 이상 더 확실한 법치원칙선언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고 보면 이번 단죄의 역사적 의미도 저절로 함께 부각된다. 한때 우리 역사를 왜곡시켜 그처럼 지배했던 힘의 논리가 바로 잡혀지게 되었으니 잘못된 역사청산의 새 지평을 열게 되었다는 평가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12·12 및 5·18사건은 그동안 기소에 이르는 과정 등에서의 혼선, 공판 진행절차에 대한 변호인들의 반발 등 부분적인 이견이 있긴 했으나 대체로 국민적 합의 아래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군사반란·내란·특가법상의 뇌물죄 등의 혐의와 해당 형벌 등이 충분히 예상되어 왔었고 검찰구형도 대체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가 「민주화 과정에서 큰 오점을 남긴 이번 사건에 대한 역사적 청산과 중형선고로 후세에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 단죄의 사법적 관점과 역사적 의미를 동시에 강조하는 것이었다.

12·12와 5·17, 5·18 및 비리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구체적 판단과 선고형량을 보면 검찰의 주장과 구형량이 일부 달라진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12·12 사건을 군주도권 장악을 기도한 군사 반란으로, 5·17과 5·18사건을 내란 목적의 폭동으로 인정하면서도 일부 피고인들의 내란목적 살인혐의를 삭제한 것은 재판과정에서의 검찰거증부실과 최규하 전 대통령과 같은 결정적 증인의 증언청취 실패탓이 클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희생자를 낸 5·18의 발포책임규명이 결과적으로 기대에 못미치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의 항소심 과정에서 더욱 확실히 규명되길 기대해 본다.

전·노씨 비리사건을 재판부가 포괄적 뇌물수수로 인정, 정경유착 단절의지를 분명히 한 것도 이번 재판의 또 다른 의의다. 그러나 뇌물을 알선한 사람은 유기징역형인데, 일부 제공자는 형 집행이 유예된 결과등을 놓고 이번과 같은 역사적 재판에까지 정치적·현실적 관점이 지나치게 반영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소지를 남겼다 할 것이다.

박준병 피고인이 무죄석방되긴 했으나 검찰구형수준을 대체로 따른 이번 선고의 사법적·역사적 의미는 역시 심장하다. 온갖 우여곡절과 괴로움을 참아내며 두 전직 대통령 등을 이처럼 단죄하기에 이른 참뜻을 모두가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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