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기의 심판」 빗속 주시/전·노씨 중형선고­법정·연희동 스케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기의 심판」 빗속 주시/전·노씨 중형선고­법정·연희동 스케치

입력
1996.08.27 00:00
0 0

◎내란목적살인 무죄에 고함·울음/사건방대 「설명문」 낭독만 2시간/시간 어긴 TV카메라에 퇴거령/이순자씨 백담사행·김옥숙씨 생일속 “침통”“다소 활기” 갈려12·12 및 5·18사건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26일 상오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정문앞에는 수백여명의 방청객들이 몰려 「역사적인 심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재판부는 공판에 앞서 5분간 TV카메라 3개조와 사건 사진기자 4명에게 법정촬영을 허용, 피고인들이 입정하는 장면을 전 국민이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TV카메라 1대가 20∼30초간 더 촬영하자 재판장이 『구치감으로 데려가라』며 강제퇴거시켰다.

법원 주변에는 새벽부터 CNN 등 외신과 국내 취재기자 2백여명, 1백여대의 방송용 ENG카메라, 신문 스틸카메라가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특히 전·노피고인 등을 실은 호송차량이 법원 정문을 통과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사진기자들이 방송차량 위쪽 전망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정호용 황영시 피고인에 대해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과 관련된 내란목적살인죄 부분이 무죄로 인정되자 방청석의 5·18단체 회원들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공판이 끝나고 피고인들과 재판부가 재판정을 빠져나가자 「전두환, 우리 아들을 살려내라」 「이번 재판은 각본에 짜여진 것이다」라고 외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공판에는 2월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공판사건부터 16차례의 공판에 참석했던 경기 고양시 성사초등학교 6년 유혁훈군(12)이 어김없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유군은 『아직 방학이 끝나지 않아 선고공판에 참석하게 됐다』며 전두환·노태우 두 피고인에 대해 『잘못을 했으면 법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학교에서 배웠으며 재판부가 올바른 판단을 할 것으로 안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12·12 및 5·18사건 공판은 사건규모가 방대해 재판부가 판결문을 요약한 설명문을 낭독하는데만도 2시간 가까이나 걸렸다.

재판부는 카메라를 철수시킨 다음 상오 10시12분께 판결 설명문 낭독을 시작, 쟁점별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 등을 일일이 적시하며 1시간50여분만인 낮 12시2분께 설명문 낭독을 마치고 판결주문을 낭독했다.

이 사이 검사들과 변호인들은 정호용 피고인 등에 대해 무죄판결이 나오자 항소심에 대비하는듯 주요 부분을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이었다.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은 이날 기자 20여명만이 문 앞을 지키는 가운데 측근의 발길이 끊겨 적막이 감돌았다.

부인 이순자씨가 25일 백담사로 내려간 전씨 자택에 남아 있는 일부 비서관과 가족들은 전씨에게 사형이 선고되자 몹시 침통해하는 분위기였다. 백담사의 원주스님은 『이씨가 이날 하루종일 대웅전에서 불공을 드렸다』면서 『요사채에 TV나 전화, 라디오가 없어 선고내용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전씨 자택에서 5백여m 떨어진 연희2동 노씨 자택은 이날 아침 장남 재헌씨와 박영훈비서관 등이 공판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선 뒤 부인 김옥숙씨만 집을 지켰다. 한 비서관은 『김씨 혼자 안방에서 TV를 통해 선고공판을 지켜봤다』면서 『구형량인 무기징역보다 훨씬 낮게 형량이 확정된 후 김씨가 미역국도 먹는등 다소 활기를 찾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김씨는 61회 생일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오 9시께 노씨 집으로 인근 떡집에서 떡 3상자가 배달된 데 이어 측근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생일축하 꽃다발이 배달됐다.

경찰은 연세대에서 시위를 벌였던 한총련 학생들이 선고 결과에 따라 전·노씨 자택 근처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는 첩보에 따라 1개 중대 1백여명의 병력을 연희동에 배치, 경계를 폈다.<이태규·김경화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