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포 명령 등 증거주의 엄격 적용/「광주」 단죄 최고책임자 3명 국한법원이 26일 반란중요임무종사혐의로 기소된 박준병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5·18사건 가담자인 황영시 정호용 피고인에게는 내란목적 살인혐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는 해도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대한 재판부의 법률적 판단은 2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재판부는 재판내내 논란을 벌였던 내란목적 살인혐의의 법률적 구성은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지만 법적책임은 전두환씨 등 발포명령 라인에 관여한 인사들로 한정했다.
재판부는 『전 보안사령관 등이 집권계획인 시국수습방안을 실행에 옮기면서 일어난 광주시민의 저항을 조기진압했다』며 광주유혈진압의 성격을 규정했다. 다시말해 내란목적 살인죄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을 법률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자위권보유천명은 발포명령이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수용했다. 시위대와 대치한 위급상황에서 발포를 망설이고 있던 군인들에게 내려진 자위권발동명령은 발포촉구의 의미를 담은 실질적인 발포명령이었다는 판단인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따라 자위권발동에 따른 발포를 구체적 「살해행위」로 보고 발포명령과정의 지휘계통선상에 있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주영복 국방장관―이희성 계엄사령관에게 전원 유죄를 선고했다. 주·이피고인은 비상계엄확대조치 등 신군부의 집권의도와 국헌문란목적을 사전에 알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모두 내란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광주유혈진압책임소재에 대해서는 엄격한 증거를 요구했다. 정호용 황영시 피고인에게는 자위권보유명령 결정과정에 개입했거나 현장에서 군작전을 지휘한 증거가 없다고 일부무죄를 선고했다. 물론 재판부는 5·18도 내란행위로 인정했고 정·황피고인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도 인정, 처벌했다.
재판부는 전씨의 경우 발포명령과정에 개입했다는 직접증거가 없지만 정도영 보안사 보안처장을 군수뇌부 회의에 대신 보내 자위권발동을 결정하고 담화문을 전달한 점으로 보아 전씨가 군수뇌부를 움직인 배후책임자라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이밖에 박준병 피고인이 12·12사건 당시 경복궁모임에 참석했지만 모임의 성격을 전혀 알지못했다는 점이 확인돼 내란중요임무종사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증거주의」를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광주유혈진압에 대한 사법처리의 폭은 검찰과 법원을 거치면서 최고책임자 3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검찰은 기소단계에서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장을 포함, 현장지휘관들을 상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생명력없는 살인도구」로 규정해 애초부터 사법처리대상에서 제외했고 재판부는 광주학살 책임자로 기소된 5명중 3명의 혐의만을 인정했다. 광주책임자 처벌문제는 정부가 5·18특별법을 제정한 「동인」이었던 만큼 거창했던 대의명분에 비해 처벌강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날 법정에서 정피고인과 변호인 등은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광주유가족들은 법원결정에 큰 불만을 표시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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