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꾼서 위대한 예술가 변신/마약으로 28세 요절한 삶 조명천재화가 잔 미셸 바스키야(1960∼1988)의 삶과 예술을 다룬 영화 「바스키야(BASQUIAT)」가 이 달 중순부터 미국 전역에서 상영되고 있다. 동료였던 화가 줄리안 슈나벨(45)의 감독데뷔작이다. 토니상 수상자 제프리 라이트(바스키야 역), 영국가수 데이비드 보위(앤디 워홀 역), 데니스 호퍼(슈나벨 역), 게리 올드맨등 출연진도 쟁쟁하다.
영화는 바스키야의 천재성을 강조한다. 아이티공화국인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지하철에 낙서나 하던 무명화가에서 당대 최고가 됐다. 80년에 제작한 벽화기법의 작품은 유명 미술관을 통해 소개됐고 84년부터는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과 공동으로 작업했다. 원초적 터치로 문명을 비판한 작품은 전세계 미술수집상과 박물관의 표적이 됐다. 영화는 80년대 맨해튼의 이스트 빌리지를 낭만적으로 묘사하면서 바스키야가 예술인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상류사회의 파티에 자주 참석하면서 자신이 만찬을 베풀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해질수록 외로움을 느꼈고 풋내기흑인이 백인이 지배하는 미술계를 평정했다는 칭찬은 그를 고독하게 했다. 결국 마약에 빠진 그는 28세로 요절했다. 서점가에는 사후 「화단의 제임스 딘」이라는 평가(뉴욕타임스)를 받은 그의 전기와 작품집이 즐비하다.
슈나벨감독은 온갖 술수가 판을 쳤던 이스트 빌리지의 풍토가 바스키야의 자멸에 한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19세때 이스트 빌리지에 나타났을 때 상업적 분위기의 소호(뉴욕의 미술거리)는 철저하게 그의 재능과 순진함을 이용했고 정체성을 상실한 바스키야는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 미술계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앤디 워홀은 후견인을 자처하며 큰 도움을 주었지만 그만큼 그를 상업주의에 물들게 했다.
79년 뉴욕 메리 분 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바스키야와 공동전시회를 여는 등 줄곧 호흡을 함께 했던 슈나벨은 『바스키야의 참모습을 보여주려고 6년동안 작품을 준비했다』며 『그는 위대한 예술가였다』고 회고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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