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등 「틈새시장」 공략 주력/“현재는 공정경쟁환경 미흡 대기업 피하며 내실 다져/21세기되면 미래에너지 개발 등 첨단산업 진출 계획”나산그룹 안병균 회장(48)은 요즘 「손자병법」에 다시 심취해 있다. 손자병법이 제시하는 각종 전법이 기업경영전략과 맞아 떨어지기 일쑤여서 읽는 재미가 새록새록 솟아나고 새롭게 얻는 교훈도 적지 않다. 안회장은 최근 손자병법에서 「전법 아닌 전법」을 발견하곤 무릎을 쳤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그 최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5배이상 강한 전력을 갖춰야 한다」 이 전법이 그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는 불공정한 기업경쟁환경에 대한 불만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전법대로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우선은 완벽하게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중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재벌들이 기업환경을 지배했던 80년대초 패션사업에 뛰어들어 연매출 1조원의 중견그룹을 일군 중년기업가.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와있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동안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빼어난 기업인으로도 친숙한 그가 알찬 대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한 「준비운동」에 나섰다.
그는 결코 서두르지는 않는다. 기업가와 기업의 발전성은 도외시되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금융 등의 지원이 우선시되는 현재와 같은 풍토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기업환경이 변화하는 추세로 볼때 5년후에는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안회장은 이같은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기업경영의 새 판을 짜고 있다. 공정경쟁환경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현재와 같은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때가 무르익는 21세기에는 사업확장을 꾀하는 「장·단기전략」이 그 골자다.
단기전략으로 그는 오늘의 나산을 있게 한 패션부문에 새삼 관심을 쏟고 있다. 패션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5년내에 세계가 알아주는 패션상품을 개발해내는 것이 그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구상이다.
『패션은 영원한 미래산업입니다. 세계적인 패션상품을 만드는 일은 곧 한국여성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지요』 패션에 대한 이같은 「믿음」이 더욱 가슴에 와 닫는다고 한다.
기존의 백화점사업을 발판으로 조만간 대형할인매장에 본격 진출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할인매장사업도 「대기업 피하기」 단기전략의 일환이다. 할인매장은 자리만 잘 잡으면 대기업과의 경쟁을 벌이지 않고도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지금은 할인매장이 성공하는 적기라는 판단을 내리고 사업진출을 결정했다. 안회장은 같은 이유로 93년과 94년 예식업 및 대중음식업(나산패션마트)과 광고대행업(냅스)에도 진출했다.
안회장이 장기전략으로 계획중인 사업은 그의 기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태양열을 저장할 수 있는 완벽한 기술을 개발할 수는 없을까요. 21세기는 곧 미래형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는가 여부가 국가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부문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가 너무 미흡합니다』 그는 미래에너지 개발과 공급사업에 본격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태양열을 저장하는 등의 미래에너지개발은 「제2의 산업혁명」이라고 강조한다.
미래에너지개발에 성공하면 대기업으로의 도약은 물론 시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분석도 마쳤다.
그는 미래에너지개발 외에 21세기에 펼칠 3∼4건의 첨단사업계획을 갖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막노동과 단역배우 등의 험난한 역정을 거쳐 2000년 3조원 매출을 바라보는 중견기업을 일구며 숱한 일화를 남긴 그가 꾀하고 있는 첨단기업가로의 변신에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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