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는 사양,아이만” 전체가정의 16%나/“남편굴레 없이 모정 경험” 가족형태 새 추세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딸 클로드(32)가 5월 사내아기를 출산했을 때 프랑스 언론들은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대통령이 첫 손자를 보았다는 사실보다는 다른 이유가 언론들의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아기의 아버지는 유도 78㎏급 전 세계챔피언 티에리 레이지만, 클로드와는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사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낳은 것은 「실수」차원이 아니다. 두 사람은 아직 결혼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이대로 헤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머니를 따라 성이 시라크로 정해진 이 아기는 요즘 프랑스 가족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기만 낳는다. 그리고 남편 없이 아이를 기른다. 애당초 임신할 때부터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혼모와는 종류가 다르다. 굳이 규정하자면 불혼모라고나 할 수 있는 이같은 풍조가 젊은 프랑스 여성들 사이에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부부와 아이로 구성되는 핵가족의 시대마저 무너지고 새로운 가족형태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관련통계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프랑스의 전체 가정중 16%가 배우자가 없으며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 홀로 아이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들어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해 배우자 없이 아이를 기르는 가정이 부모가 아이를 기르는 집보다 5배나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으며 요즘 태어나는 아이중 36%가 혼외 출산아로 기록되고 있다.
결혼 않고 동거만 하는 남녀 커플수도 현재 220만명에 달해 68년에 비해 약 7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사회학자들은 이런 추세라면 불혼모 가정 등 배우자 없이 아이만 기르는 가정이 앞으로 30년내에 지배적인 가족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혼모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주된 동기를 여성의 원초적인 욕구에서 찾고 있다. 여성들이 자립능력을 갖고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대우를 받게 되면서 결혼과 남자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정이 흐르는 가정을 꾸리기를 원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또한 혼외 출산을 금기시하던 전통이 점차 무뎌지고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는 등 여성 혼자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불혼모 가정과 그 아이들은 점차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혼모 가정의 아이들이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비해 학업 중도포기, 범죄 등 탈선율이 훨씬 높아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정부는 최근 이같은 점을 심각하게 인식, 불혼모등 배우자 없이 아이를 기르는 가정의 확산이 교육과 범죄, 사회복지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및 이에 대한 대책등 총체적 검토작업에 착수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