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자식없는 사람은 있어도 부모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라면 자신을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효를 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짧은 귀절처럼 더 분명하게 나타내는 말이 없다. 그런데 「세상에 부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이 말은 또 부모를 통해서 사랑을 알고 느낄 때 한 인간이 비로소 사람으로 꼴을 갖춘다는 경구이기도 하다. 사람은 부모 사랑 덕에 온전한 사람으로 서게 된다. 그래서 부모의 훈도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라는 뜻인 「후레자식」이라는 말이 아직 제일 가는 욕설로 남아 있다.지난 한 주동안 이 땅의 부모들이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지냈는지 모른다. 몇 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5∼6층이 되는 건물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곧 대규모 진압작전이 있으리라는 보도가 나오고, 이런 유의 시위에 대해서는 총기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치안총수의 발표를 듣고 불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17년전 YH사건 때 숨진 김경숙양도 떠오르고 6월항쟁 당시 연세대 이한렬군, 그후 명지대 강경대군, 성균관대 김귀정양의 죽음이 떠오른 것은 지나친 과민반응이었을까? 그런 죽음이 우리 역사에 다시는 있어서 안된다는 생각에 18일밤 나 자신이 연세대로 달려가 이리저리 뛰어 다녔지만 결국 김종희 상경이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뜻도 펴보지 못하고 숨지고 말았다.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을 제대로 사람꼴을 갖추게 하는 사랑으로 대하는 이 시대의 부모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 시대에 자라는 젊은이들을 부모 사랑없이 자란 「후레자식」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내 자식이 혹 잘못을 말했다고 해도 내 자식이고, 몹쓸 병이 들어 남이 피하더라도 내 자식이다. 「비난과 총기발사 위협, 진압과 척결, 엄단과 구속, 최고형벌」만 갖고는 부모 사랑이 전해질 리 없다. 부모가 부모 노릇할 때 그 자식들에게 맡기게 될 우리 역시 미래에 희망이 있다. 대통령이 병원을 찾아 부상한 전경을 위로하고 나서 부상학생들이 입원한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으면 하는 것은 순진한 몽상이고 지나친 기대였을까.<권오성 낙산교회 목사>권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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