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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격동기속 접한 충격의 시어/서양화가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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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격동기속 접한 충격의 시어/서양화가 김흥수

입력
1996.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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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정반대의 삶이 오히려 가슴에 닿아내가 이상의 자전적 소설과 시에 접할 수 있었던 것은 40년대에 들어서면서 도쿄(동경)미술학교 예과에서 본과로 진학한 바로 그 해 봄방학때였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친구로부터 빌려온 이 상의 책을 읽은 것이 인연이 되었다. 당시 일본의 문화사조는 격동기였다. 극우파장교들의 2·26쿠데타 이후 군국주의세력은 급격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1차세계대전후 대두하기 시작한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미래파, 입체파, 야수파 등등의 전위적 조류가 자유주의파도를 타고 밀려 들어온지 오래였고, 일본의 군국주의정권은 자유주의교육을 거부하고 전체주의로 혁신을 시도하는 무렵이었다.

아다시피 도쿄미술학교는 전통파이고 보수주의적이면서 아카데믹한 미술학교였다. 그러나 나는 입학시험을 위해 마지 못해 리얼리즘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리얼리즘은 나의 참뜻이 아니었다. 예술성의 표현은 자유분방해야 한다는 예술사조는 젊은 화학도인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연스럽게 전위파의 시를 탐독했고 바로 이러한 때 얻어들은 이 상의 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생활이 엉망이고 야생마와 같은 그의 처가 무슨 짓을 해도 감수해야만 했던 인간 이 상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무능력자였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시인으로서는 단연 천재로 꼽힌다. 그의 천재성은 범인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있다. 그의 시는 「역시 천재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혹자는 그가 천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또는 천재가 목표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당시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있었다. 첫째는 폐결핵에 걸려야 되고, 둘째로는 요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 자신도 천재이기 위해 이 두 조건을 감수했던 느낌마저 든다.

플로베르는 말했다. 예술가는 예술을 위해서는 생명까지도 바쳐야 한다고. 이렇게 볼 때 그는 시인으로서의 자기를 살리기 위해 인간 이 상을 제물로 한 것이라 하겠다. 내가 그에게 흥미를 느낀 것은 그의 인간형이 나와 너무도 반대라는 점 때문이다. 첫째 그는 폐결핵에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그러나 나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급성폐결핵으로 피를 한 사발이나 토했으나 약 한 첩 먹지 않고 정신으로 완치시켰다. 둘째 그는 운명론자요 패배주의자였다. 그러나 나의 예술활동은 나와의 투쟁이었다. 나는 또한 운명개척론자로 인간승리를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 해도 나는 이상을 이해한다. 개성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예술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도저히 해내지 못할 그것을 그는 해낸 것이다. 그것이 나의 가슴 속에 깊이 와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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