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획력 못갖춘채 몸만 비대/관람객 3배·예산 17배 증가 불구 운영 미숙 여전/전문인력 육성 등 근본개혁 촉구 목소리 높아25일로 「과천살림」 10년을 맞는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임영방)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가나아트」 7·8월호에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언제 햇볕이 들까?」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데 이어 한국미술평론가협회(회장 오광수)는 23일 「국립현대미술관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라는 성명서를 발표, 전반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본격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현대미술관이 86년 이전이후 외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표미술관으로서의 전시기획력이 부족하며 인사·행정관리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성명서를 문체부, 미술협회 등 유관기관과 단체에 보낼 예정이다.
미술관이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5년 덕수궁시절과 비교해 정규직원은 29명에서 91명, 연간예산은 3억8,000만원에서 65억 6,000만원, 소장작품은 1,900여점에서 3,590점, 작품구입예산은 1억500만원에서 15억5,700만원, 관람객수는 한해 23만여명에서 67만7,000명으로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미술관에 가장 중요한 기획전시에서는 「백남준·비디오 때·비디오 땅」(92년)등 2∼3가지를 제외하고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고구려고분벽화사진을 확대 복사한 「고구려 고분벽화전」(93년), 문화식민주의라는 논란을 빚은 「휘트니 비엔날레」(93년)는 국립미술관의 존재의의를 도외시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평론가협회도 성명서에서 『자코메티전 등 예정된 기획전을 취소·변경하는가 하면 이전 10주년 기념행사를 졸속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소장품작가들에 대한 저작권양도 협조요청, 대상수상작가전(96년 8월9일∼9월8일)에서의 출품작가 착오 등이 전문성 결여와 지휘능력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상수상작가전에서 출품작가가 뒤바뀐 사례는 파행적 인사정책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못한데다 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한 평론가는 92년 이후 큐레이터 9명이 사표를 낸 것을 근무여건 악화, 직원들의 불화와 갈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학예연구원들의 경력이 대부분 3년차 이하여서 전문가가 부족한데다 자료정리, 사진촬영, 표구제작 종사자들이 직급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어 사기도 크게 저하됐다는 것이다. 미술계는 이같은 문제점이 일차적으로 재정난(연간예산 65억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지적된 사항을 겸허히 수용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 18일 관람객 2만8,000명이 몰려 개관이래 최대인파를 기록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전 10주년행사로 「현대미술과 춤의 만남」(24일 미술관 야외조각장), 「우리음악 연주회」(25일 대강당)와 「내일을 위한 오늘의 미술관」 주제의 학술대토론회(31일 소강당)를 연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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