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주체사상 실현 세력” 규정/정책협·남총련이 이념·투쟁 두 축「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93년 출범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장 정명기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사실상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신봉하며 학생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친북단체다.
한총련은 출범당시부터 「1민족 1국가 2정부 2체제」라는 북한의 통일노선을 수용했고 94년 4월 제2기 출범식에 앞서서는 『한총련은 범청학련의 남측본부로서 범청학련은 한총련의 상급조직이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범청학련이라는 북한에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통일단체의 하부조직인 한총련은 스스로를 북한의 「자주통일노선」과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남한에 실현하는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한총련이 북한의 자주노선과 주체사상을 표방한 것은 한총련을 구성하고 있는 각 대학총학생회의 세력판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96년 총학생회선거에서 전국 1백69개 총학생회 가운데 김일성 주체사상을 이념적 토대로 하는 NL(민족해방)계열이 장악한 곳이 94개 대학으로 「노동계급투쟁」을 표방하는 PD(민중민주)계열을 압도했다. 이로써 전국 대학총학생회를 연합한 한총련은 별무리 없이 주체사상을 중심으로 쉽게 이념의 통일을 볼 수 있었다.
한총련의 친북성향과 관련해서는 두개의 조직을 눈여겨 볼만하다.
먼저 조직표상으로는 중앙단위의 최고기구인 대의원대회와 중앙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한총련의 투쟁노선과 이념을 생산하는 정책협의회. 주로 한총련간부를 지내고 졸업을 못한 고학번 학생들로 구성된 정책협의회는 한총련의 핵심조직으로만 알려져있고 그 명단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등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
둘째로 과격시위를 선봉에서 맡고 있는 남총련. 한총련산하의 8개 지역조직중 전남지역 총학생회소속 학생들로 구성된 남총련은 시위가 없을 때에도 실전에 대비, 「쇠파이프 쓰는법」 「화염병투척법」 등의 전술을 익히고 있다.
한총련이 올해 갑자기 폭력을 앞세운 초강경투쟁으로 선회한 것과 관련해서는 문민정부의 개혁과 북한의 붕괴조짐 등으로 전반적으로 소강상태에 빠진 학생운동을 일시에 만회하고 세를 외부에 과시하려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출범이후 한총련은 과격시위를 자제하고 학내민주화 등에 진력하면서 학생대중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전술로 내부조직역량을 강화하고 정치적인 이념생산에 몰두해 왔다.
결국 한총련은 이번 통일대축전을 그동안 다져온 내부역량을 점검하고 과시하는 계기로 삼고 철저히 준비해 온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극렬시위가 경찰의 강경진압과 국민들의 비난을 불러 일으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투쟁역량점검과 세과시」의 당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의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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