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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없는 밀실서 극비작업/선거비 고발­선관위 실사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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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없는 밀실서 극비작업/선거비 고발­선관위 실사 뒷얘기

입력
1996.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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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문의 빗발치자 “별내용없다” 연막/미장원·노인정 수시 출입 “정보줍기작전”/은행 CCTV 검색 관련자 찾아내기도15대총선 비용실사는 충격적인 결과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뒷얘기도 무성했다. 실사기간에 「문민정부출범초의 재산공개이후 최대의 파문을 몰고올 것」 「하나마나인 실사가 될 것」이라는 등 양극론의 추측이 난무했을 정도였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실사를 위해 여름휴가를 반납한채 야근과 출장을 되풀이했다.

○…선관위는 국세청직원 3백2명을 포함, 모두 1천7백9명의 전담인력을 동원, 5월11일부터 7월6일까지 57일에 걸쳐 실사를 벌였다. 선관위는 실사초기에 성과가 부진하자 『실적이 낮은 직원은 전원 징계조치하겠다』며 일선직원들을 독려했다.

실사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각 후보자측이 선거비용실사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서류를 제출한데다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여 고충을 겪었다. 실사반원들은 상당수의 조사대상자들이 고의로 면담을 회피하는 바람에 밤늦게까지 집앞에 「잠복」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또 상당수의 선거관련 기획회사들이 총선후 폐업해 사실관계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일부 선거기획사들은 지난해 6·27 지방선거때 실사에 응했던 「노하우」로 후보자들과 담합, 거의 완벽한 허위장부를 만들어 적발이 용이치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속에 실사반원들의 기지와 집요한 추적으로 「개가」를 올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한 직원은 은행측의 도움으로 선거운동기간의 은행내 폐쇄회로 TV(CCTV)를 검색, 돈을 찾아간 선거사무장과 친인척의 모습을 찾아내 금품제공행위 자인을 받아내기도 했다. 서울 중구의 한 실사요원은 동네소식통인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1주일에 한번씩 미장원에 머리를 자르고 또 다른 요원은 노인정과 복덕방에서 노인들과 장기를 두기도 했다.

또 실사반원들은 다른 후보자의 3분의 1에 불과한 비용으로 법정홍보물을 제작했다고 신고한 서울지역 A후보가 선거기획사와 이면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때마침 봉급문제로 갈등을 빚고있는 이 기획사 직원들과 접촉해 이면계약 사실을 실토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선관위는 인쇄소의 종이사용량 역추적, 유세차량의 대여비용 확인, 전화요금 추적 등을 통해 후보자들의 선거비용 축소신고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함께 유권자들의 제보도 실사작업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5월초 자민련 K후보가 선거운동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제보를 접하고 선관위 직원들이 현장에 출동, 세탁기 밑에 감춰진 3천만원을 찾아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 현역의원 가운데 선거비용 초과지출 혐의로 본인 또는 회계책임자등이 고발·수사의뢰된 사례의 대부분은 실무자들이 선관위에 제출한 정당회계보고를 의식하지 못하고 후보자가 쓴 선거비용만으로 장부를 맞춰놓았다가 적발된 경우라는 후문.

○…선관위는 실사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는 사전누출에 따른 정치권 로비등을 막기위해 보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은 과천청사내 전화기도 설치하지않은 비밀작업실을 마련한 뒤 외부인은 물론 다른 부서직원들의 출입까지 엄금했다.

선관위측은 10일 한국일보가 최초로 소식통을 인용, 「의원 10여명 선거비위반 적발」제하의 기사를 내보낸뒤 정치권의 문의가 빗발치자 『별 내용이 없다』고 연막을 치는 등 외압을 막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경북의원 죽이기」라는 음모설이 제기된데 대해 선관위는 『외압이 있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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