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상대 없어 큰 애로… 91·92년 전국대회 5차례 휩쓸어황무지나 다름없는 국내 여자축구계에 처음으로 팀을 창단해 신선한 충격을 준 장본은 실업도 대학도 아닌 지방의 한 여고였다. 화제의 학교는 강릉시 교동에 위치한 강일여고(교장 김양수).
강일여고가 여자축구팀을 창단한 것은 90년. 여고축구부를 바라보는 주변의 첫반응은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빈정거림이었다. 그러나 선수를 모집해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면서 주변의 빈정거림은 이내 경외심으로 변했다.
그러나 강일여고 축구부의 출발이 모두 순탄하지는 않았다. 축구부 창단을 해놓고도 당장 연습상대가 없었던 것. 고단한 체력훈련만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다. 유일한 시합은 인근 남자 중학교 축구부를 상대로 벌였다.
강일여고의 고독한 싸움은 전국각지에서 차례로 창단한 여고팀과의 대회에서 연승을 하는 것으로 보상받을 수 있었다. 91년과 92년 전국대회를 다섯번이나 휩쓸어 선두주자의 체면을 단단히 세웠다.
이처럼 강일여고를 국내 여자축구의 최고봉으로 만든 데는 고희에 접어든 이학교 김교장의 집념이 큰 몫을 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여자축구부에 대한 재단의 후원을 끌어냈던 장본인이 바로 김교장이었다. 또 전국을 돌며 선수를 모집해 오는 일도 김교장이 맡았다.
특히 사춘기의 여자선수를 위해 김교장은 코치와는 별도로 상담여교사를 배치,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피게 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상담교사를 통해 남자인 코치에게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상담하며 연습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김교장은 『이제 세계적으로 여자축구를 하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다』며 『우리나라도 여자축구 후진국의 모습을 벗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요청된다』고 말했다.<강릉=김정곤 기자>강릉=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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