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가 사실로… 정치권 태풍/깨끗한 선거풍토 조성 각성 계기/실사 방법 형평성 시비·반발 소지「선관위 파일」이 정치권을 초긴장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23일 발표한 15대총선 선거비용 실사결과는 현역의원 20명에 대한 위법행위를 적발, 이들에 대한 고발 및 수사의뢰 조치를 하는 것으로 앞으로 당선무효에 따른 재선거사태 등 정치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역의원 20명이 한꺼번에 당선무효의 대상으로 사법부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은 한국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더욱이 이번에 적발된 위법사례중에는 신한국당의 김윤환 오세응 이세기 의원 등 중진급들이 포함돼 있어 충격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특히 여당의 차기대권후보로 거론돼온 김의원의 경우 지난 총선당시 대표위원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 파문으로 그의 향후 정치적 입지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의원은 직접적인 고발조치의 대상은 아니다.
「선관위 리스트」의 파괴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명의 고발 및 수사의뢰 대상자중 신한국당 소속 의원이 13명이나 된다는 점은 여권으로서는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다. 야권은 이번 파문을 계기로 또다시 15대총선이 총체적 부정선거였다는 정치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여야는 치열한 부정선거공방을 벌일 것이고 야권은 차기대선구도와 연계해 선관위 실사결과를 대여 공격용 호재로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측도 국민회의의 이기문 김경재 천정배 의원과 민주당의 제정구 의원 등이 포함돼 어느정도 도덕성의 흠집과 이미지 손상은 감수해야 한다.
선관위의 실사결과 발표로 국회 국정조사특위 활동은 사실상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특위위원장인 목요상 의원과 송훈석 의원 등 신한국당 특위위원 2명이 「선관위리스트」에 포함돼 모양새를 구겼다. 게다가 선관위 실사결과를 특위활동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느냐는 문제 역시 고민스런 대목이다.
그러나 선관위실사 결과는 깨끗한 선거풍토조성 및 선거관행에 대한 각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솜방망이」로 인식돼 온 선관위의 위상이 이번 실사활동으로 한층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선관위 실사가 회계처리의 잘잘못을 따지는데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도 있어 해당의원측의 반발과 이에 따른 형평성시비는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의원들은 선관위 실사를 「정치적 표적실사」라고 주장하며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관위 실사파문으로 단기적으로는 일부인사들의 일탈이 예상되며 그러한 조짐이 정계재편기류의 단초로 작용될 경우 그 여파는 내년 대선정국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정진석 기자>정진석>
◎사법처리 절차/내년 10월까지 대법 선고… 당선 무효땐 90일내 재선거
중앙선관위에 의해 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 및 수사의뢰된 현역의원과 회계책임자 20명 등에 대한 재판은 내년 10월11일까지는 마무리돼야 한다.
선거사범은 선거일후 6개월이 내에 검찰의 기소가 끝나야 하며 재판의 경우 1심부터 대법원선고시까지 검찰의 기소일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마무리돼야 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에 의해 당선무효될 수 있는 경우는 모두 3가지. 당선자가 징역 또는 벌금 1백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선거비용 제한액의 2백분의 1을 초과지출해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이 집행유예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경우다. 또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또는 후보자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가 자원봉사자에게 선거운동 등의 대가로 돈, 음식물 등 금품을 제공해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아 확정될 때도 당선이 무효된다. 이른바 「연좌제」 원칙이 적용되는 셈이다.
당선자가 1백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5년 동안, 징역형 이상일 때는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상실된다
당선무효가 확정되면 해당의원의 지역구는 90일 이내에 재선거를 실시해야 하며 대통령은 늦어도 선거일 23일전까지 재선거 실시를 공고해야 한다.<이태희 기자>이태희>
◎검찰수사 전망/신속 진행 내달 중순 일괄기소 방침/선관위 공신력·「여 의원 13명」 부담 요인
중앙선관위의 선거비용에 대한 실사결과가 검찰에 통보됨에 따라 고발 또는 수사의뢰된 현역의원 9명과 회계책임자·선거사무장 11명에 대한 기소 여부와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선거사범의 공소시효가 10월11일 자정으로 만료됨에 따라 늦어도 9월 중순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한 뒤 선거비용초과 등 혐의가 인정되는 의원 등을 일괄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항고, 재항고와 재정신청 등 검찰결정에 대한 불복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최소한 1개월의 여유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법처리의 방향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합리적 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발등의 주체가 선관위이고 수사의 대상이 되는 현역의원만 20명에 달하는데다 각 정당간의 형평성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 기소대상자선정 문제를 두고 벌써부터 고민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관련, 『선관위의 적발내용 중에는 수사로 검증돼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고발등 조치가 곧 기소로 이어진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고발한 내용을 불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상당수가 기소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경우 이미 금품살포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욱철(신한국)·이기문(국민회의)·김화남(무소속) 의원 등은 선관위가 통보한 위법사실에 대해 추가기소가 예상돼 법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당선무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27지방선거에서 당선자와 당선자의 회계책임자 88명이 입건돼 52명이 기소된 점을 감안할 때보다 큰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국회의원의 경우 대량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히 수사대상의원 20명중 신한국당 소속의원이 13명이나 되는 점등도 기소여부판단에 변수가 될 여지가 많다. 결국 의원 등에 대한 사법처리의 범위는 정치권의 풍향에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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