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명령 위조설 등 혼선에 홀로 동분서주/러 국방·미 지원 업고 「사태」 평화해결사로48시간 최후통첩, 대통령 명령서 위조폭로, 체첸 주둔군의 지휘권 이양, 휴전합의 재확인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체첸사태는 러시아가 사실상 권력의 공백상태에 빠져 있음을 실감케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48시간내 그로즈니를 떠나라는 콘스탄틴 폴리코프스키 체첸 주둔군 사령관의 최후통첩으로 빚어진 지휘체계의 혼선은 군부의 분열과 권력핵심층의 권력투쟁 양상을 드러내면서 러시아를 국정 마비상태로 몰고 있다.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는 체첸의 법질서 회복을 위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공격명령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최후통첩 시한을 10여시간 앞둔 21일 체첸으로 날아갔다.
그는 반군지도자들에게 러시아군의 전면공격을 중지시킬 것이라고 약속하고 체첸내전을 종식시키기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고르 로디오노프 국방장관도 폴리코프스키 사령관이 최후통첩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레베드를 「엄호사격」했다.
그러나 이같은 심각한 혼선 와중에 군 최고통수권자인 옐친 대통령은 휴양지 사전답사 등 「한가로운」모습만을 연출했을 뿐이다. 또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침묵을 지켰으며 아나톨리 추바이스 크렘린 행정실장은 덴마크를 방문중이다. 국회도 휴회상태다. 한마디로 헝클어진 지휘체계를 바로 세울 인물이나 기관이 전무한 상황이다. 레베드가 다시 체첸으로 날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의 사태는 권부의 방치아래 군 일부가 통제권 밖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백악관이 러시아군의 무모한 공격자제를 요구하고 나서 레베드는 현재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것 같다. 러시아의 여론도 아직 그의 편이다. 체첸사태 해결의 전권을 위임받은 레베드가 진정 제압해야할 대상은 「아군내의 적」임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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