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대선때 연대사실 주목” 화살신한국당/“통일정책 혼선·또 용공음해” 비난국민회의/재발 방지 논의없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 양상정치권이 한총련 사태의 진흙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연일 한총련 사태의 책임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있다. 두 정당의 성명은 섬뜩한 표현, 현란한 논리, 다양한 예증들이 가득하지만, 그 골자는 『당신 탓』이다.
난타전은 한총련 시위가 점차 심각해지던 16일께부터 시작됐다.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폭력은 옳지 않다』고 말하자, 신한국당 김철 대변인이 이를 문제삼은 것이 발단이었다. 김대변인은 『김총재는 한총련의 폭력만 나쁘고 북미평화협상, 미군철수 등의 주장은 옳다는 말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국민회의는 곧바로 박선숙 부대변인 촌평을 통해 『폭력반대를 강조하기 위한 수식어일 뿐이다. 말꼬리를 잡지말라』고 발끈했다.
이 때부터 국민회의의 정동영 대변인은 한총련의 주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정부의 무능이 시위의 원인이라는 논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정대변인은 『수천개의 파이프, 화공약품이 반입되도록 손을 놓은 정부의 무책이 놀랍다』 『강경했다가 다시 유연해지는등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통일정책이 이번 사태를 유발했다』는 등의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대해 신한국당 김철 대변인은 21일 『김총재는 평민당 시절 문익환 서경원의 밀입북에 깊이 관련됐다』며 『한총련이 영향을 받은게 현 정부의 통일정책인지, 김총재의 정치행적인지 묻고싶다』고 꼬집었다. 김대변인은 또 『92년 대선때 김총재는 전대협 등으로 구성된 전국연합과 공동보조를 취한 바 있다』며 『당시 전국연합의 일부 인사는 주사파』라고 비난했다.
국민회의는 『현 정권은 급하면 용공음해를 한다』고 반격에 나섰다. 정동영 대변인은 22일 『지난 대선후 여당대표가 사과까지 했는데 그 기억이 사라지기전에 다시 용공음해를 개시한데 대해 개탄하지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 총재도 이미 19일 포항 청년부장 연수회에서 『공산당을 이용해 대선, 총선을 치른 정권이 공산당을 제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신한국당은 곧바로 『전국연합과의 연대, 서경원 밀입북은 당시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무엇이 용공조작이고 음해냐』고 맞받아쳤다.
두 정당의 성명전에는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고심도, 좌경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찾아보기 힘들다.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한 저급한 논전만이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한총련 사태의 책임공방이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국당은 한총련 사태의 좌경색채를 끈질기게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연결시키고 있고 국민회의는 김영삼정부의 무능으로 등식화하고 있다. 이런 공격의 저변에는 상대방의 통치자질에 회의론을 제기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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