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방자 없어 엄중처리 예고/“법질서 확립” 대다수 형사 입건/현장역할 등 혐의 입증 어려움도연세대에서 연행된 한총련 학생들에 대한 검·경의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사법처리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검·경은 21일 연세대에서 연행한 학생 등 3천4백여명을 이틀째 조사, 폭력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3백50여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하오부터 이미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작업에 돌입했다. 2천여명의 나머지 학생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22일 상오께면 구속자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일 경찰투입 이전 구속된 93명을 포함하면 구속자는 4백명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이번 연세대 사건은 1천5백25명이 연행돼 1천2백88명이 구속된 86년 건국대 사건 이후 단일사건으로는 최대 구속자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위자들의 대량 구속사태는 검·경이 한총련 와해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이미 예상된 것이다. 검찰관계자는 『검찰의 기본입장은 국가의 법의지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강경한 처리방침을 시사했다.
검·경의 강경분위기가 표출된 단적인 예는 아직까지 훈방조치된 학생이 없는 것이다. 연행자 3천4백99명 전원이 사실상 형사입건된 것이다. 검·경은 이날 가담사실이 경미한 여학생과 저학년생등 8백66명에게 피의자 조서를 받은 뒤 귀가조치시켰지만 훈방조치는 하지 않았다. 추후 시위현장의 채증사진과 비교해 혐의사실이 밝혀지면 언제든지 사법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검·경은 한총련 지도부 등 사전영장이 발부된 학생과 현장에서 연행된 한총련산하 지역총련의장, 각대학 총학생회장과 사수대장, 규찰대장,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휘두른 극렬행위자 등은 우선 구속대상으로 분류했다. 또 농성장 이탈을 막거나 공공기물을 파손한 사수대원과 농성장에서 과격시위를 주도한 현장지도부 등도 구속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찰관계자는 사법처리와 관련, 『시위가담 사실이 명백한 학생들을 즉심에 넘기거나 훈방조치하는 것은 재범방지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돼 대다수를 불구속입건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경의 포괄적인 사법처리 방침은 수사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연행된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 범행입증이 벽에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전면부인하고 있는데다 현장사진도 식별이 어려운 상태다. 3천4백여명을 단 48시간만에 신병처리 해야 하는 시간상의 제약도 수사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연행학생들이 30개서로 분산 수용됐기 때문에 공조수사를 하거나 학생들에게 다른 연행학생들의 신원확인 등을 기대조차 할 수 없다』며 『더욱이 농성장에서의 역할 등을 규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사법처리 대상자 분류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수사의 어려움 때문에 법원에서 증거부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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