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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차이무의 「비언소」(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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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차이무의 「비언소」(연극평)

입력
1996.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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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서 흘러나온 말로 현실 들춰보기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그 본질은 논리와 질서인가? 아니면 비논리와 무질서인가. 극단 차이무는 이에 대해 철저히 부정적인 답을 하고 있다. 그들은 비논리와 무질서의 대표적 예를 「말」에서 찾는다. 그래서 세상을 「비언소」, 즉 「터무니 없는 말이 난무하는 곳」으로 표현한다.

의미도, 진정한 소통도 없는 말. 그것은 공허한 구호가 되어 본질을 왜곡하고 그 자체로 폭력이 된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현실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제대로 보려면 일단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마련해야 한다. 차이무는 바로 그렇게 「차원이동의 무대」를 추구하는 극단이다.

이상우 작·박광정 연출의 「비언소」. 제목을 빨리 발음하면 「변소」가 되는데, 그것이 이 작품의 무대다. 물론 요즘 화장실을 무대로 하는 연극이 동시에 서너 편이나 공연되는 기현상이 있긴 하지만 연극무대로서는 분명히 파격이다. 그러나 그 파격이 소극기법과 만나면서 대단히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케 한다. 변기에 앉아 외설연극에 대해 공허한 격론을 벌이는 연극인들. 용무가 급한 상태에서 순서 때문에 벌이는 질서에 대한 토론. 무료해서 자세히 읽어 보는 신문광고. 북한강변을 따라 즐비한 음식 및 업소이름의 나열. 이상우의 현실파악과 그 제시의 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직접 경험하면서도 늘 무심했던 대상들을 새삼스레 확인하고 놀라는 과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놀람이 아픔에 이르지는 못했다. 남북관계나 공안분위기의 강조와 세상에 대한 분무소독등이 그 주된 이유다. 즉 통상 언론의 해석을 거치는 간접경험의 대상을 희화로 표현해 더욱 추상화하고 세상을 소독이 가능한 정도로 묘사해 그 심각성을 떨어뜨린 것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화장실 바닥에 쌓여가는 쓰레기가 인간 모두를 가두어 버리는 상황이 더 효과적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대연 송강호 오지혜 등 무대에서 자유로이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관객을 사로잡는 연기자들. 또한 대단한 재기로써 매끄러운 무대를 연출해 내는 박광정. 아마도 앞서 거론한 다소의 작가적 강박과 과욕만 제거할 수 있었다면 공연 성과는 훨씬 컸으리라 생각한다.<오세곤 연극평론가·가야대 연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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