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클린턴 대북 성과 필요/국무부도 협의 가능성 부인 안해미국의 초대 평양주재 연락사무소장에 임명된 칼 스펜스 리처드슨 전 국무부 한국과장의 북한방문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문제가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 국무부는 20일 리처드슨이 평양 연락사무소장에 임명됐다고 밝히면서 그가 토니 홀 하원의원(민주당) 일행을 수행하고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동안 북한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리처드슨의 방북 목적은 1차적으로 홀의원의 여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이어 『리처드슨이 평양주재 연락사무소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평양 체류중) 사무소 개설에 따르는 기술적 문제들을 협의할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무부의 설명대로라면 리처드슨의 이번 방북이 연락사무소 개설을 촉진시키기 위한 특별한 목적을 띠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오래전 평양주재 사무소장에 내정된 리처드슨의 평양방문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이제까지의 관례대로 의회의 한 중진의원이 북한을 방문하는 계기를 맞아 그의 직위와 신분에 걸맞은 국무부 인사를 동행케 해 편의를 제공키로 한 것 뿐이라는 국무부의 설명에는 일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리처드슨의 방북은 시기상 단순히 홀의원 일행을 수행한다는 의미 이상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10주가량 남겨둔 지금은 클린턴 행정부에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4자회담 제의와 남북대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네바 북·미합의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더해가는 공화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북·미관계에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식량위기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관심속에서 이루어지는 리처드슨의 평양방문에는 한동안 지연돼 온 연락사무소 개설을 촉진하려는 미 행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음이 분명한 것이다.
리처드슨 소장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을 오랫동안 담당해온 직업외교관. 금년초 연락사무소장으로 내정되기 전에는 미공군 우주사령부의 정치담당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오하이오주 데이턴 출신의 홀의원은 9선 관록의 민주당의원으로 오랫동안 세계 기아 및 난민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의회내 「기아센터」의 창설자이자 의장을 맡고 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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