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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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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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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국을 자주 드나들다가 오랜만에 서울을 다시 찾은 외국인 친구가 서울이 몰라 보게 발전했다고 하면서도 어딘가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서울에선 안정감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그 이유로 엉망인 교통질서와 정신이 혼란할 정도로 난잡하게 붙어 있는 건물의 간판 등을 지적했다. ◆교통질서야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으니 반론할 근거가 없지만 간판까지 그렇다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새삼 주위를 살펴보니 금방 수긍이 갔다. 우리는 항상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경제발전과 함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여기저기 멋을 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벽면을 온통 유리로 바르는가 하면 색깔도 원색으로 칠하는 등 온갖 모양을 다 내고 있다. 이러한 건물도 준공후 며칠만 지나면 벽면과 유리창이 도배되듯 온통 간판과 상호로 꽉 차버린다. ◆첨단건물도 다닥다닥 간판이 무질서하게 들어붙고 창문에까지 음식이름등이 나붙으면 품위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새 건물도 금방 몇년전에 지은 건물처럼 후줄근하게 보이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도시와 생활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을 경쟁하듯 펼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는 널리 알린다는 광고 본래의 뜻을 살릴지는 모르나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음식을 아무리 고급으로 잘해도 창문에 음식이름이 나붙으면 싸구려 인식을 받게 된다. 도시의 미관과 안정감을 해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도시처럼 간판 등을 정비할 때도 됐다. 도시분위기가 차분해야 차분한 생활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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